[혁신·강소기업을 가다] 미국서 열광한 ‘김치 시즈닝’…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K-푸드 브랜드 ‘서울시스터즈’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K-푸드 브랜드 서울시스터즈를 운영하는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는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한국식 소스를 만들기 위해 3년간 매진한 끝에 ‘김치 시즈닝’을 론칭했다. ‘아마존 1등’ 타이틀을 넘어 해외 소비자들이 믿고 먹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올해는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푸드컬쳐랩 제공

“스리라차나 타바스코처럼 전 세계에서 즐겨 먹는 한국 소스가 있으면 어떨까.”

 

음식 위에 뿌려 감칠맛을 더해주는 ‘김치 시즈닝(가루형 양념)’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칠리 파우더 카테고리 1등에 올랐다. 화제의 제품은 한국의 스타트업 푸드컬쳐랩이 운영하는 K-푸드 브랜드 서울시스터즈에서 만들었다.

 

서울시스터즈 김치 시즈닝은 김치에 들어가는 17가지 식물성 원료를 배합한 만큼 감칠맛은 물론 ‘맵단(매운맛+단맛)’ 매력까지 잡았다. 비건 인증을 받은 점도 해외 인기 요소다. 작은 스타트업의 반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다양한 식품·외식기업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전개하며 이제는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브랜드가 됐다.

 

서울시스터즈를 운영하는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해외 마케팅을 본격화해 세계인들이 믿고 먹는 브랜드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서울시스터즈 대표 제품인 김치 시즈닝. 푸드컬쳐랩 제공

◆해외에서 사랑받는 K-소스를 만들자

 

김치 시즈닝은 안 대표가 필리핀에서 유학하던 시절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가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떠난 2008년만 해도 K-푸드의 인지도는 지금과 달랐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고추장은 부피가 너무 커 보관이 불편했고, 한식을 요리할 때 필요한 미림, 매실액, 맛술 등 재료를 집에 갖춰 두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유학 시절 오히려 스리라차와 타바스코 소스를 즐겨 찾았다는 안 대표는 두 제품처럼 해외에서 사랑받는 K-소스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 처음부터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K푸드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서울시스터즈라는 직관적인 브랜드명을 고안했다. 안 대표는 “해외에서는 고추장, 고춧가루는 알아도 브랜드 이름은 알지 못했다”며 “누가 만들었고, 어디에서 왔고, 어떤 맛일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포지셔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출용 제품의 경우 물류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액상 형태는 보관이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떠올린 게 시즈닝이다. 시즈닝은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카테고리지만, 해외에서는 즐겨 먹는 제품군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후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의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며 시장 조사를 했다”며 “특히 미국에서 보니 액상 소스만큼 시즈닝 시장이 컸다. 우리가 시즈닝 제품을 내면 현지인들에게 금방 스며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 상품을 론칭한 것도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안 대표는 “한국에서 양념소스를 가루 형태로 출시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었다”며 “문제는 식품의 경우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유사한 카피 상품이 쏟아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 1등’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면 우리 제품 고유의 오리지널리티와 아이덴티티를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유수의 식품 대기업들도 얻기 힘든 타이틀인 만큼, 타사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한 방’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안 대표와 그의 여동생, 직원들이 합심한 끝에 상품 기획 3년 만인 2020년 아마존에 김치 시즈닝이 입점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칠리 파우더 카테고리 1등에 올랐다.

 

서울시스터즈 상온 밀키트 상품인 김치우동. 푸드컬쳐랩 제공

◆해외 바이어 관심 한 몸에…마케팅 박차

 

필리핀 유학 시절 떡볶이 사업을 했던 것을 포함하면 안 대표의 K-푸드 경력은 14년에 달한다. 그런 안 대표도 전례 없는 K-푸드의 인기에 놀라는 요즘이다.

 

안 대표는 “정부 지원으로 해외 바이어와 미팅을 하는 기회가 있는데, 우리를 만나고 싶어하는 바이어가 너무 많아 일정을 전부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과 인정받은 제품력을 앞세워 서울시스터즈 김치 시즈닝은 15개국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김치 시즈닝을 필두로 캔 김치, 스낵, 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다.

 

안 대표는 “캔 김치의 경우에도 물엿이나 과당, 글루탐산나트륨(MSG), 방부제를 걷어낸 비건 김치로 만들다 보니 출시까지 1년 반에서 2년가량이 걸렸다”고 전했다. 노력은 빛을 발했다. 서울시스터즈 캔 김치는 성분을 중요시하는 유럽에서 특히 반응이 좋다. 김치 시즈닝을 뿌린 스낵은 몽골 CU 편의점에도 입점했다. 김치 시즈닝은 일본의 대표 쇼핑몰 ‘돈키호테’에서 만날 수 있다.

 

안 대표는 해외 소비자들이 김치 시즈닝을 다채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며 한 수 배운다며 웃었다. 보통 칠리 파우더는 맛이 단조로운데 김치 시즈닝은 17가지 이상의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음식에 넣으면 감칠맛, 매운맛, 단맛 등 다양한 맛이 나는 게 차별점이다. 특히 비건이 많은 미국에서는 각종 요리는 물론 바비큐, 팝콘에 뿌려 먹는 레시피까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CGV와 서울시스터즈 협업으로 출시된 김치팝콘. CGV 제공

김치 시즈닝은 론칭 이후 단기간에 빛을 봤지만 예상보다 장기화된 코로나19는 서울시스터즈에 위기를 불러왔다. 안 대표는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다 보니 코로나 시기에 정말 힘들었다”며 “당시 저와 팀원들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며 역량을 쌓기로 마음먹었다”고 돌아봤다.

 

이때부터 다양한 식품기업과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CGV의 ‘김치 팝콘’, 동원F&B의 ‘김치맛 김부각’, 생활맥주의 ‘김치 프라이’는 모두 서울시스터즈 김치 시즈닝을 활용한 제품이다. 안 대표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노하우를 쌓은 것이 큰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안 대표에게 소감을 묻자 “이제 겨우 첫발을 조심스럽게 뗐다고 생각한다”는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아마존에서 업력을 쌓은 만큼 앞으로는 서울시스터즈를 해외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는 브랜드로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국내에서는 주요 소비층이 30대인데, 이를 넓힐 수 있도록 상온형 밀키트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올해는 보다 적극적으로 서울시스터즈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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