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제맥주협회가 고품질 소규모 맥주에 K크래프트비어(K-Craft Beer) 인증 마크를 부착하는 캠페인에 돌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맥주산업 박람회의 협회 부스를 중심으로 적용하면서 향후 제품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번 캠페인은 장인정신으로 품질에 집중한 ‘진짜’ 크래프트비어와 이름만 수제맥주인 저품질 제품들과 구분하기 위해 기획됐다.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유흥시장이 위축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협회 측은 “대기업과 일부 중형 맥주회사가 ‘수제맥주’라는 이름으로 편의점 캔맥주 시장에 진출했지만 차별화된 맥주 품질보다는 브랜드만 바꿔다는, 이른바 컬래버레이션 맥주를 줄줄이 출시하며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안겼다”며 “결국 수제맥주 전체가 시장에서 외면받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수제맥주는 맛 없는 맥주라고 인식하면서 전체 소규모 맥주 업계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이인기 협회장은 “국내 수제맥주가 죽었다고들 하는데 죽은 것은 편의점 맥주다. 편의점 매대에 그 많던 수제맥주가 다 사라졌다”며 “수제맥주라는 단어가 소비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해 K크래프트비어 인증 마크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품질 수제맥주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면서 “맥주에 대한 열정으로 만든 좋은 제품이라면 소비자가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에서도 대기업에 대항하며 소규모 맥주를 지키기 위해 수 년 전부터 인증마크 부착 제도를 시행했고 효과를 보고 있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은 2017년 ‘인디펜던트 크래프트 브루어 씰’ 부착 캠페인을 시작했고 영국,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유사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 협회장은 “업계 전반에 걸쳐 폭넓은 논의를 통해 K크래프트비어의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K크래프트비어는 월드비어챔피언십, 유러피언비어스타 같은 권위 있는 국제맥주대회에서 잇달아 두각을 나타냈다. 또 내수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중국 등 수출 실적도 쌓고 있다. 쌀, 과일, 채소 등 로컬 재료를 사용한 창의적인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장한 양조장도 주목받고 있다.
협회는 이번 캠페인과 더불어 K크래프트비어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늘릴 계획이다. 오는 12일까지 계속되는 박람회에서 맥주를 홍보한 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잇달아 맥주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좋은 맥주를 선별하여 관리를 잘한 펍에 품질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효모 및 발효 솔루션 기업인 퍼멘티스(Fermentis)와 특별회원 파트너십을 체결한 협회는 산업 기술력 향상과 품질 고도화를 위한 교육, 기술지원, 공동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협력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