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은행 등 은행 6곳과 금융결제원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케이뱅크도 회원사로 가입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에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 4월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하고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비롯해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상장·거래 허용, 가상자산 2단계법 제정 등을 담았다. 대선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며 도입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 취임 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발의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같은 당의 안도걸 의원 역시 최근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연계해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성과 특수성을 추가로 보완하는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은행권도 움직이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각 은행 전략 담당 부행장급 오찬 간담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은행권 주요 건의사항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는 가상자산업 진출 허용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현재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하는 등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을 조정하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금융업법상 은행 업무 범위에 가상자산업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요청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한·농협·케이뱅크는 일본 대형 은행이 주도하는 팍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한·일 해외송금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발의된 단계기 때문에 은행 내에 따로 전담 조직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법제화가 된다면 진행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분과에 참여해 사례 연구하고 기술 공유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의 최소 자본금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낮춰 비은행권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게 된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규제 밑에서 진행하는 것들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진행 속도는 비은행기관들보다 늦어진다. 우려하는 부분”이라면서 “은행은 내부통제나 소비자 보호 등을 신경 쓰면서 진행해야 한다. 안정성을 중심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속도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은행기관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검증된 금융사가 아닌 기관이 중구난방으로 발행한다면, 스테이블 코인 자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