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입는 옷, 헤지스로 충분”… 글로벌 바이어도 인정한 K패션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HAZZYS)가 최근 2026년 봄·여름(SS) 시즌 글로벌 수주회 현장을 공개했다. 행사는 지난 1일까지 서울 명동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에서 열렸다.

 

이번 수주회는 특별했다. 단순 전시가 아닌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된 수주회는 기존의 본사 회의실 수주회와는 다른 ‘몰입형’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LF 관계자는 “이번 수주회는 단순히 신상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브랜드의 해석과 매장 구성, 마케팅 전략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시뮬레이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 러시아 등 5개국에서 모인 해외 바이어들은 한층 풍성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바이어를 포함해 유통 관계자, 상품기획자(MD)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매장 1층에 들어서자마자 헤지스의 강아지 캐릭터 ‘해리’를 취향껏 꾸며줄 수 있는 체험존과 포토존이 맞이해준다. 지난달 29일 현장에서 만난 바이어들은 “이렇게 팝업스토어같은 느낌의 수주회는 본 적이 없다. 감각적으로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헤지스는 남녀복 중심의 기존 구조를 넘어서 키즈와 펫 라인까지 확대해 ‘패밀리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고급 캐주얼을 넘어 남녀, 아동, 반려동물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확장을 시도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헤지스가 '패밀리 브랜드'를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유통 환경이 백화점 중심에서 복합형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최우일 LF 헤지스 사업부장은 “브랜드 역시 단일 성별이나 연령층이 아닌 가족 단위 또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구성이 경쟁력이 됐다”며 “국내 유통은 백화점 중심에서 온라인과 라이프스타일 복합채널로 이동하고 있고, 해외는 이미 대부분이 남녀 구분 없는 통합 매장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헤지스 역시 이런 변화에 발맞춰 남성복에서 여성복, 키즈, 골프, 반려동물 라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테마형 컬렉션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수주회 운영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최 사업부장은 “기존에는 본사에서 이틀간 열리던 수주회를, 실제 매장 공간에서 바이어가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방식으로 전환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며 “브랜드 전시를 넘어 바이어가 실제 소비자처럼 매장을 경험하고, 구매 시나리오까지 가늠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이제 바이어를 단순한 유통 파트너가 아닌, 브랜드의 2차 고객으로 본다”며 “해외에서 헤지스를 어떻게 해석하고 느끼는지를 직접 듣고 브랜드 전략에 반영하기 위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새롭게 정립됐다. 클래식한 아이비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네오 프레피’ 콘셉트를 중심으로, ‘윈저 캐슬’, ‘실리 제도’, ‘잉글랜드 월드컵’ 등 테마별 컬렉션이 시즌을 관통한다. 여기에 기능성 혼방 린넨, 스트레치 데님 등 기후 변화 대응 소재를 적극 활용하면서 실용성과 트렌디함을 동시에 잡았다.

 

실제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해외 유통 전략 역시 정교해졌다. 중국(성인 400개·아동 100개), 대만(18개), 베트남(10여 개)에 이어 러시아에서는 하반기 2호점, 인도에서는 1호점이 각각 오픈 예정이다. 모두 단순 홀세일이 아닌 독점 디스트리뷰터 방식으로 현지 파트너와 공동 브랜딩을 추진 중이다.

 

헤지스는 글로벌 전략의 핵심 타깃으로 ‘프리미엄 데일리’ 시장을 지목한다. 러시아, 인도, 동남아 등 중산층 확대가 두드러진 국가에서 ‘럭셔리와 데일리 사이’의 틈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최우일 사업부장은 “헤지스만의 유연한 디자인 해석과 한국적인 디테일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확장 계획도 구체적이다. LF는 말레이시아, 태국, 중동 등 신흥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동시에 유럽 전략도 가다듬고 있다.

 

과거 프랑스 파리 쁘렝땅백화점 팝업과 런던 패션위크 참여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한 만큼, 편집숍 테스트 및 유통 파트너 계약 등 다양한 형태의 진입 전략을 검토 중이다.

 

이미 정통의 브랜드가 몰린 유럽에서는 가격 경쟁력보다는 문화적 콘셉트와 콘텐츠 차별화로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의지다. 최 사업부장은 “헤지스는 한국적 그래픽 요소, 정제된 스토리텔링, 기능성 소재 결합을 통해 ‘아시아적 미감’을 유럽식 클래식에 녹여내는 하이브리드 접근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일 사업부장은 “헤지스는 정형화된 고급 캐주얼에서 벗어나, 글로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며 “전 세대가 함께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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