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폭우 등 이상 기후에 따른 인명·재산 피해가 급증하면서 기후보험에 대한 논의가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가 최근 기후보험을 내놓은 가운데 정부는 물론 민간 보험사에도 기후보험 도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0일 관계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평균 폭염(30도 이상 더위가 지속되는 현상) 일수는 2022년 10.6일에서 지난해 30.1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온열질환 발생자 수는 1564명에서 3704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21년 39명에서 2023년 85명으로 껑충 뛰는 등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농축산물이나 양식수산물 등의 폭염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데, 2021~2023년 3년간 가축재해보험으로 지급된 보험금은 평균 101억41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96억9600만원에서 2022년 74억5600만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3년 132억7000만원으로 다시 지급액이 크게 늘었다.
폭염으로 입은 직접 손해는 실손의료보험이나 가축재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로소득 상실이나 비용 상승 같은 간접 손해는 폭염과 손해간 인과관계 규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관련 보험상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폭염재해와 기후 취약계층’ 보고서에서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간접 손해를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상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수형 보험은 실제 손해와는 무관하게 기준이 충족되면 보장을 해주는 방식이다.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기면 복잡한 손해사정 절차 없이 보험을 지급해 신속한 보장을 담보하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공공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가 올해 3월부터 전 도민을 대상으로 기후보험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도민들은 이를 통해 온열·한랭 질환 진단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환경부도 폭염에 취약한 야외 공공건설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 관련 시범 사업을 설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범 사업이라 (대상을) 선택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재정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 영역에서도 관련 보험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안에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지수형 기후보험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지수형 기후보험은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