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두 차례 유찰된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구축을 재추진한다. 앞서 민간 기업들이 사업 참여 걸림돌로 지목한 지분 구조, 정부 지분 매수 의무, 국산 AI 반도체 도입 비율 등을 대폭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AI 컴퓨팅센터의 지분을 민간에 더 많이 주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분율 51%로 지배구조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다. 아울러 정부가 원할 때 공공이 냈던 투자금을 민간 사업자가 토해내는 매수청구권(바이백) 조항도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당 두 조항은 사업 진전을 더디게 만든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혀왔다. 참여 기업이 2000억원을 출자하면서도 지분상 열세인 점, 공공 투자금을 언젠가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또한 정부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위주인 국산 AI 반도체를 2030년까지 컴퓨팅센터 구성 반도체의 최대 50%까지 확충한다는 조건을 삭제할 방침이다. 의무 도입 비율을 없애는 대신 국산 NPU를 들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AI 컴퓨팅센터 내 상면(정보기술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확보한다는 조항을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정부가 별도 예산을 편성해 국산 AI 반도체를 구입,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국내 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가 AI 컴퓨팅센터의 NPU 도입 비율 의무화가 사라지는 것은 국산 AI 반도체 육성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대표 AI 사업에서 국산 NPU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안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AI 컴퓨팅센터의 개소 시기를 2027년으로 잡았다. 그러나 거듭된 유찰에 새로운 조건 검토로 1년가량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 조건으로 재생 에너지 사용과 인구 소멸 지역 입지 등에 가점을 주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