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800%의 불법이자 '컨트롤타워' 시급…100조 렌탈 시장 채권은 '감독 사각지대'에

불법사금융 감독체계 개편해야
렌탈채권 등 비금융채권은 '그림차 채권'으로 방치돼

게티이미지뱅크

 

불법사금융, 불법추심 피해 문제가 매년 증가하고, 대행업체를 통한 새로운 행태의 불법사금융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근절하는 법적·행정적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김미선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고문은 직장인과 개인사업자 80%가 금융채무 상환과 생계비 부족으로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고, 연 7800%에 달하는 이자율까지 내는 경우도 나타났지만 피해 제도는 미비해 관련 행정,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100조원에 달하는 렌탈 시장의 렌탈채권은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금융상품에 준하는 소비자 보호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법사금융·불법추심 근절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금융정의연대, 롤링주빌리, 민변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한국파산회생변호사협회로 구성된 연대체다. 

 

◇ 채무자들, 채무조정제도 낮은 인식…불법 추심 ‘도돌이표’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해 올 3월부터 5월까지 불불센터(불법사금융·불법추심 상담신고센터)를 운영했다. 그 결과 160명이 사채 상담 및 도움을 요청했고 사채 건수는 2730여건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금융권과 제도권 대출을 84% 보유했고, 평균 대출금액 원금은 약 1865만원, 소득 대비 상환 비율은 53%로 나타났다. 제도권 채무조정(워크아웃, 회생·파산 등) 이용 경험자는 42%였고, 58%는 경험이 없었다. 접수자 60%는 30대 이하였고, 지역은 수도권 거주 53%, 비수도권 거주가 46%였다.

 

160명 중 심층 상담을 진행한 70명의 상황은 심각했다. 이들의 사채 이용 기간 7일 기준으로, 사채 상환 금액을 연 이자율로 계산하면 약 7882%, 하루 약 약 21.6%의 이자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채를 이용하는 원인은 기존 금융채무 상환 문제로 가처분소득 감소와 생계비 부족이 가장 많았다. 정규직이어도 기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문제도 잇따랐다. 

 

김 고문은 “지난 시기 정부와 당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 주거비 상승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근로 빈곤층으로 양산했다”고 말했다.

 

대부업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사채 시장은 가계부채 규모의 약 0.1%로 금액으로는 약 2조원, 이용자는 20만~30만명 규모로 추정했다. 

 

김 고문은 “피해자 대부분이 불법 사채인지 인지 못 하는 이들이 80% 이상이고, 불법 추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유인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상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경찰서나 금융감독원 등 기관에서는 범죄 혹은 피해사실이 있어야 접수가 가능해 신청조차 하지 못했고, 사채 이용 때 받은 지인들의 연락처로 알리겠는 협박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고문은 행정 및 제도적 보완점으로 ▲비수도권 주요 도시에 금융복지상담센터 설치 ▲온라인에서의 미등록 대부업 주기적 감독 ▲불법사채 이용 번호 정지 ▲사기나 강요로 대포계좌 제공자가 된 경우의 대응 절차 마련 ▲안전한 대출 공급망 ▲성실 상환자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위한 공급 및 조정제도 ▲회수 위주가 아닌 상환능력을 바탕으로 한 추심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적으로는 청소년 및 청년을 위한 교육과 신용 안전망 도입, 약탈적 대출 금지법 제정, 개인채무자보호법 개정을 제안했다.

 

◇ 100조원 규모 렌탈 시장,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이날 또 다른 발제자인 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을 빌려주면서 생기는 비금융 렌탈채권이 과도한 불법 채권추심이 발생해도 이를 방어하거나 구제받을 수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비금융 렌탈채권은 일반 금융기관이 아닌 제조사나 유통사 등 비금융 민간기업이 고객과의 렌탈 계약에서 발생시키는 미수금이다. 대부분 월 단위 납부 계약으로 연체 시 자체 추심팀이나 위탁 추심업체에서 회수하고 있다. 올해 기준 렌탈 시장은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렌탈 채권은 한국은행 가계부채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의 부채정책이나 채무조정제도에서 누락되고 있으며 금감원, 금융위원회의 감독 권한 밖에 있어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비금융 렌탈채권은 민법상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만 많은 채무자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채권 추심 압박을 받고 있으며, 채권 추심 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헐값에 매입한 후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다시 추심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백 변호사는 “일부 업체는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한 달 치만 내면 나머지는 탕감하겠다며 부분 변제를 유도하고, 추심업체가 반복적인 지급명령 신청이나 소액 민사소송을 제기해 채무자에게 심리적·법적 부담을 가중하는 행위도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 저해를 비롯해 가계부채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소비자보호 정책도 피해자 특성과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채권추심법, 대부업법, 개인채무자보호법, 금융소비자보호법, 서민금융법 등의 개정을 통한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감독체계 개편 방안으로 ▲상거래채권 추심 감시 기능 신설 ▲불법사금융·불법추심 단속과 근절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및 운영 ▲경찰, 금융당국, 광역자치단체의 데이터베이스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광역자치단체 전담공무원의 특별사법경찰관 지정 및 단속·처벌 권한 부여를 제안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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