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성 관련 질환의 발병 위험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성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부끄러움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고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시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요도염이다.
요도염은 요도와 방광 주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성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드시 성관계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공중화장실이나 대중목욕탕 등 위생 관리가 취약한 환경에서도 전염될 수 있을 만큼 전파력이 강한 감염성 질환이다.
원인균에 따라 요도염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임균에 의해 발생하는 임균성 요도염(임질)과, 클라미디아·트리코모나스·유레아플라스마·헤르페스 바이러스 등 다양한 균에 의해 발생하는 비임균성 요도염이다.
문제는 요도염이 발병 즉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균 1~3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배뇨 시 통증, 요도 따가움, 작열감, 비정상적 분비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잠복기를 지나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아, 환자 스스로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전염뿐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요도염은 배우자나 연인 등 가까운 상대방에게 쉽게 전염될 수 있다. 남성에게는 부고환염·전립선염·방광염, 심할 경우 요도협착이나 요도주위 농양을 유발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염·질염·난관염·골반염으로 발전해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임산부가 감염되면 신생아에게 각막염, 결막염,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어 가족 단위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중근 유쾌한비뇨기과 인천송도점 원장은 “요도염은 다양한 원인균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통한 원인균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진단 결과에 따라 항생제 종류와 치료 방법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세균이 내성을 키워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치료 과정은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따르고, 재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생활습관 관리와 성 파트너의 동반 치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도염이 흔한 질환이지만, 전염성과 합병증 위험이 높은 만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잠복기 동안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진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