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훈풍에도 면세점 찬바람] 올다무 찾는 외국인 관광객…K콘텐츠로 승부해야

중국 보따리상 가고 MZ세대 왔다
면세점 명품 쇼핑 대신 올다무 선호
공항 임대료 인하·판매품목 조정 등 대안

 최근 들어 면세점업계 희망퇴직과 시내 면세점 폐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업황 악화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인하해달라며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합의에 진전이 없어 사상 초유의 셧다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시내 면세점 앞에서 오픈런을 기다리는 중국인 보따리상들의 모습은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고 공항 면세품 인도장마저 한산한 모습이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방한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과거 면세점 큰 손으로 여겨졌던 중국인의 소비 패턴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변화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가심비 소비를 즐기는 해외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차별화된 K-콘텐츠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느 한 소비자 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점점 세계를 사로잡으며 주류 문화 트렌드가 된 한국문화의 강점을 살리면서 좀 더 다양한 제품군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견해였다.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으로 재임 중인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중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에서의 대량 구매를 즐기지 않는다”며 “최근 관광객 수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인당 구매액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품목들은 주로 고가 화장품이나 명품으로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등과 결이 맞지 않다”며 “일명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중심의 소비를 하는 젊은 외국인 소비자들이 주로 한국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변화한 경영 환경에 맞춰 고정비를 낮출 수 있도록 공항 임대료 산정 방식을 수정하고 면세점 자체적으로도 품목 변화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제언했다.

 

 이 교수는 “과거 면세점이 호황일 때 보세판매점 특허를 많이 줬지만 지금은 매출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높아서 철수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며 “임대료 산정 방식을 현실에 맞게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는 품목으로 면세점 판매 품목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부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중국인들이 면세점에서 명품을 싹쓸이하는 패턴이 사라졌다고 진단하면서 차별화된 K-콘텐츠로 승부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제는 중국에도 대체 상품들이 생겼기 때문에 과거처럼 한국에서 과소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화장품 등 일부는 꼭 한국산을 써야 한다며 충성도가 높은 품목이 있다. 명품의 경우에도 한국 면세점의 관리가 체계적이라고 해서 안심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달 말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 관광객 수가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의 구매력을 자극할 수 있는, 한국형 경쟁력을 가진 제품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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