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재벌 그룹 산하 비상장사들의 순이익 규모가 10년 전의 3.8배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 자료에 따르면 재벌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현재 840개이며, 이중 비상장사가 722개에 이르렀다.
또한 10년 사이 상장사 수는 97개에서 118개로 21.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비상장사는 479개에서 722개로 50% 이상 늘었다.
비상장사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SK그룹(65개→177개)이었다. 이어 한화(45개→106개), 신세계(22개→53개), 현대자동차(40개→62개)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보면,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에서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대 재벌그룹 소속 비상장사들의 2024사업연도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7조9237억원으로 10년 전(2조827억원)에 비해 280.5% 급증했다. 비상장사 숫자가 전체적으로 늘기도 했지만, 1곳당 당기순이익 평균치도 43억원에서 110억원으로 2.5배 수준이 됐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재벌그룹만 따져보면 2024사업연도 비상장사 당기순이익이 8689억원으로 10년 전(1264억원)보다 587.3% 증가해 이러한 성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상장사 당기순이익은 38조6573억원에서 79조232억원으로 10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벌그룹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자산총액은 10년 전 대비 각각 68.2%와 71.8% 증가해 증가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매출액은 상장사가 42.1% 증가한 반면 비상장사는 이보다 훨씬 낮은 30.8% 성장에 그쳤다.
재벌들이 3세나 4세가 지분을 많이 가진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의 대물림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공시 등을 통해 회사 내부 사정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는 상장사에 비해 외부감시가 닿기 힘들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에게 거액의 배당을 주는 통로로 비상장사가 활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GS그룹 비상장사인 삼양인터내셔날은 지난 1년여간 총 100억원의 배당을 실시해 당기순이익(91억9000여만원)보다 많은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배당금 대부분은 GS그룹 사주 일가에 돌아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