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탈팡 지각변동] 쿠팡 사태를 틈 타 프로모션 강화 중인 업체들

경찰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선 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로 이용자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의 이른바 ‘탈팡’ 고객을 잡기 위한 프로모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까지 한국 시장 현지화에 속도를 내며 연말 온라인 유통 시장이 재편 국면에 들어설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지난 1일 1798만884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6일 1594만746명으로 떨어졌다. 닷새 만에 200만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개인정보 대규모 노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비밀번호 변경·탈퇴 여부를 확인하려는 접속이 몰리며 잠시 치솟았다가 2일부터 감소세가 본격화한 모습이다. 

 

이탈 수요를 두고 국내 이커머스들은 프로모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와 멤버십을 연계한 할인·적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SSG닷컴·11번가·롯데온 등도 신규 가입자 쿠폰, 카드사 추가 할인, 장보기·식품 특가전을 잇달아 내놓으며 쿠팡 대신 써볼 만한 앱이란 이미지를 노리고 있다. 다만 반사 효과가 장기 이용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먼저 SSG닷컴은 오는 14일까지 올해 마지막 뷰티 쓱세일을 개최하고 뷰티 고객 흡수에 나섰다. SSG닷컴은 연말 선물 수요에 맞춰 주요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단독 구성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겔랑과 프라다뷰티의 홀리데이 세트, SK-II 대용량 에센스 세트 등 다채로운 단독 상품을 준비했다. 12일까지는 매일 두 차례씩(오전 10시·오후 2시) 타임딜을 진행한다. 라이브 방송도 총 4회 편성하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다.

 

이처럼 SSG닷컴은 기존 장보기·생필품 중심 배송 강점을 기반으로 뷰티 카테고리까지 공격적으로 키우며, 쿠팡 리스크로 인한 소비자 분산 흐름 속 반사이익을 노리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망을 하나로 묶은 롯데온도 고객 층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온은 백화점·리빙·가전 중심의 프리미엄 상품군에서 공식 판매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롯데온은 익일배송 시스템 ‘내일온다’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해당 배송 구조가 쿠팡 이탈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다.

 

 

G마켓은 최근 도용 의심 사고 피해 고객 전원 환불·보상 방침을 즉시 발표하며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속한 도착보장일에 맞춰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스타배송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 이탈 방지와 신규 유입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특히 식품·생필품 중심의 빠른 배송 경쟁력을 전면에 띄우며 이번 이커머스 지형 변화 속 반사 수요 흡수에 나선 모습이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는 채용과 현지화로 장기전 준비에 들어갔다. 알리바바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법무 담당 변호사와 MD·콘텐츠·마케팅 인력을 뽑으며 국내 전자상거래 법률·컴플라이언스를 직접 챙기는 구조를 구축 중이다. 테무 역시 한국 사업개발·물류 인력을 늘리고 경기권 물류센터를 장기 임차하는 등 해외 직배송 중심에서 국내 물류·판매망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쿠팡 DAU가 여전히 1500만명대를 유지하는 만큼 ‘탈팡 대이동’으로 단정하긴 이르다”면서도 “단기간 거대 이탈이라는 신호가 나온 이상, 단순 할인 경쟁을 넘어 어느 플랫폼이 개인정보 보호·보안 체계에 대한 신뢰를 더 설득력 있게 쌓느냐가 다음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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