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신용 한도대출) 사용액이 약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NH농협)의 지난 11일 기준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75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실제로 사용된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잔액으로 지난달 말(40조837억원) 이후 불과 열흘 만에 6745억원 증가했다. 역대 월말 잔액과 비교했을 때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최대 기록이다
5대 은행의 마통 잔액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빚투(대출로 투자)가 한창이던 2021년 4월 말 52조8956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금리 상승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 2023년 2월 말 이후 줄곧 30조원대에 머물다가 규제 풍선 효과와 빚투 열풍 등에 지난달 말 다시 40조원대에 올라섰다. 특히 이달 들어 마통 잔액은 하루 평균 613억원꼴로 늘어났고 이는 지난달(+205억원)의 약 3배에 이른다.
잇단 규제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들고, 연말·연초 생활비 등 소비 목적으로 활용돼 당분간 마통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6·27, 10·15 대책으로 새로 신용대출을 받기는 어려워졌지만, 이미 개설해둔 마통을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 용도뿐 아니라 연말·연초가 다가오면서 생활비 등 소비 목적의 마이너스통장 활용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조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1일 기준 768조3134억원으로, 이달 들어 179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증가액(163억원)이 지난달(504억원)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주담대(610조8646억원)의 경우 전월 말(611조2857억원)과 비교해 4211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연말 은행권의 주담대 취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이달 주담대가 지난해 3월(-4494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지 주목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