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K클럽이 여행 목적지…스티브 아오키, 파라다이스시티 찾은 이유

스티브 아오키가 ‘크로마 키’ 헤드라이너로 파라다이스시티 크로마 무대에 올라 1시간 반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 정희원 기자

“아오키, 케이크 미(cake me)!”

 

지난주 토요일 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크로마. 클럽을 가득 채운 1000여 명의 관객들이 일제히 “케이크!”를 외쳤다. 케이크를 관중에게 던지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스티브 아오키가 이날 ‘크로마 키’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미국 플로리다 출신의 아오키는 1년에 가장 많은 투어를 한 DJ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아오키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가 클럽 내부를 가득 채웠다. 한국 관객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에서 날아온 해외 팬들도 눈에 띄었다. 무대를 압도하는 아오키의 공연에 1시간 반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관객에게 던지며 ‘코리아’를 외쳤다.

 

그는 ‘본리스(boneless)’, ‘더 쇼(the show)’, ‘겟다운(get down)’ 등 인기곡과 BTS·몬스타엑스 등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곡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일본 팬들을 위해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OST ‘잔혹한 천사의 테제’를 리믹스한 무대도 호응을 얻었다.

스티브 아오키가 대형 태극기를 휘두르며 파라다이스시티 크로마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국내외 팬들이 플로어를 가득 채웠다.정희원 기자

무대 말미에는 60인치 TV만 한 대형 태극기를 휘두르며 클럽을 휘저었다. 케이크 샷과 샴페인 샤워도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케이크 세례를 맞은 관객들이 웃으며 몸에 묻은 케이크를 닦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10개의 대형 케이크는 트렌디한 베이킹으로 유명한 도레도레가 준비했다. 스티브 아오키 측의 케이크 라이더는 도레도레에 A4 용지가 2장이 뺵빽히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를 요청했다고. 

◆젠지가 클럽 즐기는 방법…“유흥보다 공연보러”

 

K-클럽씬은 과거와 달라졌다. 섬세하게 기획된 클럽은 만남의 장을 넘어 공연 콘텐츠를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 최근 Z세대 사이에서 클럽은 술 마시고 노는 공간이 아니라 특정 아티스트와 공연을 즐기기 위한 목적지로 재해석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교와 음주 중심의 반복적 클러빙 문화를 만들었다면, Z세대는 음악·비주얼·경험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클럽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세계는 이미 ‘클럽 여행’ 중

 

이같은 변화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클럽은 단순 유흥 공간을 넘어 도시를 여행하게 만드는 ‘데스티네이션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 베를린의 베르크하인(Berghain)이다. 테크노의 성지이자 ‘입장 컷’으로 유명한 클럽으로, 클럽 입장을 위해 여행 일정을 조정하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클럽이 여행의 목적지가 되면서 독일 정부와 연방의회는 클럽을 문화 자산으로 제도화했다.

 

베를린 클럽커미션에 따르면 연간 약 300만명의 ‘클럽 관광객’이 베를린을 찾고 있으며,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 효과는 약 15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페인 이비자, 중국 상하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뉴욕과 LA 등도 클럽을 중심으로 한 대표적 여행지로 꼽힌다.

"케이크 원하시나요?" 스티브 아오키가 시그니처 퍼포먼스 케이크 샷을 준비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국내에서는 크로마가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상 4층 규모에 3000명 안팎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베뉴, 공연장급 음향·조명·비주얼 시스템을 갖춘 크로마는 업계에서 아시아 최대급 규모의 클럽으로 평가된다.

 

크로마는 2019년 오픈과 함께 대형 클럽씬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찾으며 입소문이 퍼졌고, 주말이면 신사동·청담 일대에서 20~30대 소비층이 셔틀버스를 타고 인천 영종도로 이동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글로벌 DJ 라인업과 호텔·카지노·아트 시설이 결합된 복합 엔터테인먼트 구조는 국내 다른 클럽과 확연히 달랐다.

케이크샷 퍼포먼스 이후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다시 뜨는 클러빙… Z세대는 ‘목적형 소비’

 

지금도 크로마의 셔틀버스는 달리는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요즘 사람들 클럽 잘 안 간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술과 사교 중심의 전통적 클러빙은 줄었지만, Z세대 중심의 경험형·목적형 클러빙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DJ 투어와 페스티벌형 연출, SNS 기록 문화가 결합하며 클럽은 다시 문화·관광의 중요한 접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Z세대는 클럽을 단순한 술자리 공간이 아니라 음악·조명·비주얼이 결합된 공연형 엔터테인먼트로 인식한다.

 

테이블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플로어에서 음악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영상으로 기록해 공유하는 소비가 늘었다. 이번에 열린 크로마 키는 이러한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오키, 케이크 미!" 공연이 고조되며 케이크 샷을 기다리는 관중들이 환호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크로마, 공연형 클럽의 진화

 

크로마는 입구부터 압도적이다. 외벽을 채운 미디어파사드와 거울에 반사된 조명은 입장 전부터 포토존 역할을 한다. 넉넉한 락커 시설도 편의성을 높인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스페인 이비사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클럽들을 조사해 크로마만의 구조를 완성했다. 날개를 펼친 구체 형태의 대형 LED 조형물 ‘베네치안 K-스피어’는 음악의 절정에서 무대를 장악하며 크로마를 상징하는 장치로 자리 잡았다. 대형 페스티벌에서 사용하는 ‘D&B’, ‘L-Acoustics’ 스피커를 도입해 고음량에서도 피로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네치안 K-스피어’가 등장한 크로마 무대. 파라다이스시티

◆첫차 대신 침대… 클럽이 바꾼 여행의 밤

 

클럽은 야간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 콘텐츠로서 잠재력이 높다. 세계 주요 도시는 이미 야간경제를 도시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암스테르담·런던·베를린 등은 클럽과 공연장을 지역 경제 기반으로 관리하며 체류형 소비를 유도한다.

 

크로마는 이 같은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한 입지, 5성급 복합리조트의 쾌적한 환경, 실내 파티 시설과 3000여점의 예술 작품, 다채로운 음악 콘텐츠를 갖춘 인프라는 파라다이스시티가 문화예술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주간의 예술 전시와 음악 페스티벌, 야간의 크로마 키 같은 공연형 콘텐츠가 결합하며 파라다이스시티가 지향하는 ‘아트테인먼트’ 모델도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케이크를 맞은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케이크샷 후폭풍'. 정희원 기자

실제로 체크인 후 씨메르·아트 스페이스·원더박스 등을 즐기고 클럽으로 이동하는 투숙객이 늘고 있다. 해외 관광객 역시 트랜짓 여행객·승무원·MICE 참가자 등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

 

클럽·호텔·스파·아트 공간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돼 이동 부담 없이 야간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MICE 업계에서는 “클럽이 단순 유흥을 넘어 관광 동선의 한 축이 되는 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연을 찾기 전, 미리 체크인한 뒤 파라다이스시티의 콘텐츠를 즐기는 뮤캉스 고객이 증가세다. 한 관객이 파라다이스시티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정희원 기자

◆밤에도 움직이는 관광 동선, 24시간 ‘아트테인먼트’

 

파라다이스시티는 음악과 휴양을 결합한 ‘뮤캉스’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을 선보였고, 이번 크로마 키 역시 세계적 DJ와 국내 DJ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기획이다. 오는 27일 열리는 두 번째 공연에는 W&W, BLASTERJAXX, TUJAMO, MADDIX가 헤드라이너로 오른다.파라다이스시티 측은 “고도화된 음악 시설과 공연 기획을 통해 대중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문화와 관광이 결합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객 향해 샴페인을 터트리는 스티브 아오키. 정희원 기자

 

영종도=글·사진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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