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부자 보고서] 똑똑해진 부자들…지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과 서초구 일대에 상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67세 A씨는 최근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내려놨다. 부동산 수익률보다 배당과 이자 수익이 더 높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자신이 소유한 꼬마빌딩을 매각해 거액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또한 아들과 PB의 권유로 인공지능(AI) 자산 관리도 시작했다. A씨는 “매일 아침 태블릿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IT 스타트업 창업자인 39세 B씨는 20대 후반 비트코인과 주식 열풍에 올라타 자산을 형성했다. 하지만 B씨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이제는 그 운을 지키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모든 걸 맡기기보다는 직접 테스트해보거나, 유료 금융 데이터 서비스를 구독해 공부하고 있다”며 “결국 부는 지식에서 나온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 부의 상징이 ‘강남 아파트’와 ‘부동산 불패’라는 공식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키워드들이 등장했다. 올해 부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학습하는 자산가들’이다. AI 혁명과 급격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장세 속에서 스스로 시장을 분석하고, 세대를 관통하는 자산 관리 전략을 설계하는 이른바 ‘스마트 리치(Smart Rich)’의 시대를 열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2025 부자 보고서’를 통해 “자산가들이 과거에는 사업으로 번 돈을 부동산에 묻어두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금융 자산으로의 즉각적인 재투자를 통해 자산 증식 속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2040세대로 대변되는 영리치들은 근로 소득보다는 IT·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창업이나 스톡옵션을 통해 부의 반열에 올랐으며, 이들은 자산 형성 초기 단계부터 주식과 가상자산 등 고수익 위주의 공격적인 지식 투자를 병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부자들의 자산 구성의 질적 전환이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진적으로 하락해 50%대 초반에 머문 반면 주식, 금,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 자산 비중은 꾸준히 올라 올해 38%를 넘어섰다.

 

자산 관리 정보를 얻는 경로에서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PB의 권유나 설명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기업공개(IPO)나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유료 데이터 서비스를 구독하며 전문 지식을 쌓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또한 AI 자산 관리에 대한 수용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부자들의 45%는 이미 자산 배분 결정에 알고리즘 기반의 분석 도구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세무·상속 설계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복잡해진 세법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최적의 증여 시점을 예상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급변하는 매크로 환경 속에서 자산을 슬기롭게 증식시킬 수 있는 ‘금융 지능(FQ)’이 부자들의 새로운 키워드”라며 “지식으로 무장한 부자들은 더 이상 시장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파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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