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생산로봇과 차원이 다른 유연성과 기동성을 선보이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부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LG전자의 홈로봇 등 최첨단 신기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내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 완성차·부품·IT 기업이 대거 참가해 감탄을 자아내는 신무기를 쏟아낼 예정이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인캐빈(실내) 경험, 로봇·공장 자동화, 에너지·도시 인프라 연계 등이 주요 화두로 제시된다.
무엇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전시에서 AI 로보틱스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Software-Defined Factory)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시 전략을 예고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미래 공장’을 주제로 내세웠다. 그룹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공개하고 실제 생산 현장 적용 시나리오를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2족 보행을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고정된 위치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높은 기동성과 유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메타플랜트) 등 생산기지에서 아틀라스를 투입해 부품 운반, 고중량 물체 취급, 반복·고위험 작업 보조 등의 공정을 단계적으로 시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SDF 개념도 함께 제시한다. SDF는 공장 설비, 로봇, 자율주행 운반차(AGV), 품질 관리 시스템 등을 소프트웨어상에서 통합 관리하는 생산 체계를 의미한다.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생산라인 변경, 신차 투입, 생산량 조정 등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한 뒤 실제 설비를 재구성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시 구성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 인프라, 차량 소프트웨어, 로봇·공장, UAM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축을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모빌리티 전시 분야에서는 각 기업의 차량 제품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공장, 로봇, 에너지·도시 생태계와의 연계를 어떻게 구성했는지가 주요 비교 기준으로 제시될 전망”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제품 전시를 넘어, 로봇과 공장·에너지·도시를 포함한 생산·운영 인프라까지를 포괄하는 그룹 차원의 모빌리티·제조 플랫폼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CES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새 수장들의 글로벌 무대라는 점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 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노태문 사장을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으로 정식 임명했다. LG전자는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류재철 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노 사장은 CES 본행사에 앞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 대상으로 열리는 더 퍼스트룩 행사에 대표 연사로 나선다.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통한 차별화된 연결성과 AI 사업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더 퍼스트룩의 주제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다.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AI 기술을 통합해 사용자의 일상이 이뤄지는 모든 공간에서 AI 경험을 향상시키겠다는 포부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TV와 가전의 혁신 역사를 조명하는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예열하고 있다. 차별화된 비스포크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플랫폼이 연결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올해 8월 최초로 선보인 마이크로 RGB TV의 다양한 라인업도 CES에서 선보인다.
류 사장도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당신에게 맞춘 혁신’을 주제로 새로운 비전과 혁신 제품을 소개한다. LG전자는 집·모빌리티·상업 공간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제품과 솔루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사용자의 일상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공감지능’의 진화 모습을 선보일 방침이다.
LG 월드 프리미어의 주제는 집안·모빌리티·상업 공간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제품과 솔루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고객의 일상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공감지능’의 진화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맞춰 홈로봇 ‘LG 클로이드’가 최초 공개될 예정임을 밝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전자가 공개한 티저 영상에서는 클로이드가 다섯 손가락을 사용해 집안의 물건들을 들거나 집어올리는 모습, 사람과 주먹인사를 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과 교감하는 홈로봇임을 암시하고 있다. 클로이드 몸체에 달린 양 팔과 다섯 손가락은 인간을 닮은 섬세한 동작이 가능해 인체에 맞춰진 거주환경에서 원활히 집안일을 할 수 있다. AI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학습하며, 거주자의 스케줄과 패턴 등에 맞춰 다양한 AI 가전을 제어하는 비서 역할도 자처한다.
CES 2026에서는 AI·블록체인·양자·사이버 보안 등 미래 핵심 기술을 하나의 공간에 모은 ‘CES 파운드리’ 전시공간이 처음 신설된다. 딜로이트그룹은 이와 관련해 CES가 혁신을 전시하는 쇼케이스를 넘어 기술이 만들어지고 검증되는 ‘제작소’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CES는 AI, 모빌리티, 로보틱스, 가전, 헬스케어 등 미래 기술과 산업 변화를 선제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글로벌 혁신의 장”이라며 “올해는 기술 혁신이 실제 산업과 일상에 적용되는 사례가 대거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재원·이화연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