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5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환율·고물가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까지 겹치면서 당분간은 현재 금리 수준인 2.50%를 유지해 5연속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췄으나, 이후 7월부터 11월까지 모두 동결했다. 환율 리스크와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과열 등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물가나 내수 문제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 속에 경기 회복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경기 부양책으로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엔 리스크가 여전하다. 무엇보다 145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고환율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려면 금리 부담을 줄여 가계와 기업의 이자비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소비와 투자심리가 회복될 여지가 있고, 신용위험 완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성급한 인하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새해 첫 금통위에서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한은이 당분간 공격적인 변화보다는 시장 상황을 관망하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신년사에서 강조한 ‘성장 양극화’와 ‘물가 안정화 전망’을 재확인하며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물가 인상 압력이 크지 않은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상반기 내내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2~3분기에는 인하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근원물가가 1% 후반까지 내려가고 성장 및 물가 측면에서 2~3분기경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된 후 신임 총재 체제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한 이번 기자회견의 주요 포인트로는 환율을 주목하기도 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원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환율 문제는 이번 기자회견의 주요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러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최근 1400원대 후반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비교하면 괴리가 큰 수준으로 보인다”며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내수 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경제 성장이 반도체 등 IT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돼있어 성장의 온기를 넓힐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면, 연내 한 번 정도는 금리를 낮출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50∼3.75%로, 우리나라와 상단 기준 1.25%포인트 차이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기준금리를 1~2차례 정도 내려 3.25%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한은이 현재의 2.50%를 유지한다면 금리 차이는 0.75%포인트까지 더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