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환율 따로가는 韓금융시장] "AI호황·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 따른 복합 국면 진입"

강경훈 동국대 교수(왼쪽)와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코스피가 4900선을 오르내리며 5000선 돌파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500원 돌파를 위협하는 이례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원화 강세와 주가 상승이 함께 움직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주가 상승과 고환율이 동시에 나타나며 시장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흐름을 두고 “시장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환율에도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배경에 대해 “최근 코스피는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이 주도하고 있는데, 주요 호재는 인공지능(AI) 부문의 호황이며 이는 미국 기술주의 강세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위 서학개미 투자자들이 국내 반도체 주식뿐 아니라 미국 기술주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어 고환율과 고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장기화된 한미 금리 역전 역시 중요한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긴 시야에서 볼 때 한국의 금리는 높지 않은 수준으로, 이는 상법 개정 등 국내 주식시장 제도 개편과 맞물려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에 비해 낮은 금리는 원화 약세, 즉 고환율과 연결되면서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외환 수급 구조 변화와 해외 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강 교수는 “최근 지속되는 환율의 고공행진은 금리 역전과 함께 외환 수급 구조 변화의 영향이 크다”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서학개미 등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달러 수요가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환율이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국내 개인 자금은 미국 증시로 빠져나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엔비디아 등을 중심으로 한 AI 열풍과 미국 증시 강세가 겹치면서 국내 대규모 자금이 달러 자산으로 이동한 점이 원화 약세의 핵심 요인”이라고 꼽았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달러 자산에 투자하면 환차익과 자산 수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자본 유출이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고환율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고환율은 국민의 실질 구매력 축소를 의미하며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외환시장 교란이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가 “최근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 환율 국면의 이례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에  우리 외환당국도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를 두고 박 대표는 “이제 외환시장 직접 개입보다는 자본 유출을 완화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 자금을 국내로 다시 유입시키고, 기관 자금의 과도한 해외 이동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환율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환율 환경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선택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박 대표는 “환율만 놓고 보면 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지만, 가계부채 부담과 내수 위축 우려로 금리 인상은 쉽지 않고, 반대로 금리를 내릴 경우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며 또 다른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결국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를 기다리며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여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대책과 관련해서 강 교수는 통화·연기금·환위험 관리 전반에 걸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과의 금리 차를 일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와 기금운용본부 성과평가 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현재 외화 자산에 대한 환위험 노출 규모가 매우 커진 만큼, 개인투자자를 포함해 환위험 헤지를 유도하는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주희·노성우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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