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돌파를 단순한 단기 과열을 넘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선진 시장으로 진입하는 결정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기업 펀더멘털 개선과 대대적인 제도 혁신이 맞물리며 선진 자본시장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기업의 이익 가시화와 상법 개정을 기점으로 한 주주환원 확대 흐름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상장사들의 구조적 이익 개선과 거버넌스의 선진화는 단순한 규제의 변화를 넘어 국내외 투자자금의 장기 유입을 이끄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혁신 기업의 요람인 코스닥 시장으로도 온기가 확산돼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 등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한 것은 기념비적”이라며 “저평가되던 한국 증시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6년 전부터 올해까지도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해 약 20% 이상 저평가된 상태였다”며 “기업윤리 제고, 제도 개선, 기술 개발 등으로 저평가 문제가 해소됐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코스피 상승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기업의 성장과 함께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 정부의 지원, 주주친화적 경영문화와 윤리성 확보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로봇 등 미래 첨단산업에서 국내 대기업이 경쟁력이 있다는 데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날 오천피 달성의 의미를 짚었다. 정 교수는 다만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에너지 문제 등이 있어 변동성이 우려된다는 의견과 함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코스피 5000선 터치 이후 당분간 '숨 고르기'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의 가파른 상승으로 가격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염 이사는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6배 수준으로, 과거 20년간 비싸다고 평가받았던 상위 16% 기준점인 11.2배에 미치지 못한다”며 “PER 11.2배를 적용한 지수 상단은 5200선으로 이 지점부터 본격적인 고밸류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상승의 일등 공신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상향”이라며 “5000선 안착을 위해서는 반도체 이익의 지속성과 정부의 증시 부양책 유지가 필수적이지만, 환율 상승과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은 향후 지수 행보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결국 지금은 조정 시 매수할 종목들을 선별하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때”라며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반드시 미래 실적이 개선될 확신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정민·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