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과거 증권가에서 일어난 유사 사건∙사고들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모두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일들이었으나, 하나같이 큰 파장을 낳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주식 옵션 주문 실수로 6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낸 케이프투자증권 사례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 케이프투자증권은 장 시작 전 코스피200 옵션의 매수∙매도 주문 착오를 저질렀다. 당시 케이프투자증권은 개장 후 오류 주문이 체결되고 나서야 착오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미 잘못 보낸 주문으로 거래가 체결된 탓에 62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케이프투자증권이 한 해 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135억원(개별)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였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같은해 4월 삼성증권에서 터진 우리사주 배당 오류 사고는 전산 시스템에 주당 1000원을 입력해야 하는데, 주당 1000주로 잘못 기입한 데서 비롯됐다.
한 증권사가 아예 문을 닫아야만 했던 사태가 빚어진 적도 있다. 선물 옵션 만기일이던 2013년 한맥투자증권은 코스피200 12월물 콜옵션 및 풋옵션에서 시장가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냈다.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잔여일/365’가 아닌 ‘잔여일/0’으로 입력하는 바람에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매수와 매도 주문을 쏟아낸 것이 그 원인이었다. 주문 실수의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한맥투자증권이 입은 손실액은 무려 462억원에 달했고, 싱가포르의 한 업체가 400억원에 육박하는 이익금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결국 파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엔 NH투자증권에서 아찔한 사고가 벌어진 바 있다. 주식 선물 스프레드 주문 실수를 했다가 약 70억원을 날릴 뻔한 경우가 있었던 까닭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주식 선물 스프레드를 매매하던 도중 가격을 잘못 입력해 약 7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은 즉각 실수를 인지하고 한국거래소에 보고했다. 이후 한화투자증권 등 확인된 거래상대방에게 반환을 요청, 결과적으로 NH투자증권이 해당 주문 착오로 입은 손실은 다행히 없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빗썸 사태와 관련해 지난 7일 첫 현장 점검에 나선지 사흘 만인 이날 정식 검사로 전환해 사안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전날 이찬진 금감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빗썸 사건을 가상자산 정보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케이스라고 강하게 질타한 지 하루 만에 조사 강도를 높인 것이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