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동 정세 불안이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대내외 정책여건의 변화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신중하게 금리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2일 한은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및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박종우 부총재보는 브리핑을 통해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불과 2주 사이 정책 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중동 사태는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황건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금리와 관련해서 “중동지역 분쟁에 따른 대외 환경 급변으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됐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지표 등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박 부총재보는 “2022년에는 공급 충격과 코로나 이후 수요 회복이 동시에 작용해 물가가 목표를 크게 상회했지만 지금은 물가 수준이 목표에 비교적 가깝고 수요 측 압력도 당시보다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비용 측 물가 상승의 지속성에는 경계감을 유지했다. 박 부총재보는 “비용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이라도 장기간 이어지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져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그 경우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조사국 경기동향팀장도 “수요 측 물가 압력은 아직 크지 않고 정부의 유가 완화 정책이 시행되면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금리 급등에 대해서는 “중동 사태 이전에는 시장금리가 3%대 초반까지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이었다”며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금리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일 국고채 3년물이 하루 만에 20bp(0.20%포인트) 급등해 단순매입을 실시했다”며 “향후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일관되게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위안화 강세 요인이, 일본은 약세 요인이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약세 압력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주변국 환율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운영의 일반원칙’을 상세히 기술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발표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개념 설명, 정책의 신축적 운영 의미 명확화, 외환시장이 물가·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고려 명시, 정책 수단 및 커뮤니케이션 관련 내용 추가 등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