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한 정신을 깨워줄 출근길 커피 한잔, 점심 식사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찾은 식당, 퇴근길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들른 인형뽑기 방. 프랜차이즈 산업은 현대인의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다.
실제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7.1%를 지탱하고 있으며, 경제활동인구의 4.6%인 132만의 고용을 창출한다. 소비층은 5000만 인구 전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 세계적인 K-컬처의 인기 속에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사례도 늘었다.
하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크고 작은 풍파가 이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들 사이에선 “돈을 벌어도 남는 게 없다”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잊을 만하면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 사례가 도마 위에 오른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변곡점에 프랜차이즈 산업인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수장이 된 나명석 협회장은 취임 일성에서 윤리∙상생 경영과 국민 신뢰 회복, K-프랜차이즈의 글로벌 도약을 강조했다. 어느덧 취임 이후 100일이 지난 현재 신뢰받는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그의 구상은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동시다발적 비용 상승…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다
나 협회장이 올해 1월 19일 취임식에서 깃발을 이어받은 이후 100일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프랜차이즈 산업계는 경쟁 포화 속에서 내수 침체를 버텨내며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적 악재까지 만났다. 방향성과 전략을 정리하고 현장 일정을 병행하면서 정신없이 바쁜 시기를 보낸 나 협회장은 “특히 프랜차이즈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현장에서는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그만큼 협회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비심리가 떨어지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본사는 비용 문제로 가격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소비자들은 2만원으로 치킨 한 마리 먹기 힘든 시대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나 협회장은 “지금 업계에서 가장 큰 위협은 비용의 동시다발적 상승”이라며 “인건비, 원부자재,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까지 동시에 상승하면서 수익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영세한 중소 브랜드일수록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그는 “중동전쟁과 같은 외부 변수는 결국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이는 외식과 유통 중심의 프랜차이즈 산업에는 직접적인 부담”이라며 “결국 지금은 ‘버티는 경쟁’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경쟁’이다.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지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가 단순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과 내실 강화로 방향성을 바꾸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예전처럼 브랜드 수나 점포 수를 늘리는 방식보다는, 수익성과 운영 효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나 협회장은 이에 따라 현 시기를 ‘재도약을 위한 준비 단계’라고 규정했다. 그는 “앞으로는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며 “협회가 중심을 잡고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산업계에서 돋보이는 트렌드로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대형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 간 매출 양극화, K-프랜차이즈의 글로벌 진출 움직임을 꼽았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브랜드력과 시스템, 글로벌 확장성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갖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글로벌 공략 추세…협회 역할 강화
협회는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를 연 2회 개최하고 있다. 나 협회장 취임 이후 첫 박람회는 지난달 2일 코엑스에서 막을 올려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나 협회장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참관객이 직전 박람회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며 “진지하게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가맹상담을 진행하는 ‘창업관’과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모은 ‘산업관’으로 이원화해 호평을 받았다.
나 협회장은 “앞으로 프랜차이즈 경쟁력은 단순히 아이템이 아니라 운영 효율과 데이터에서 나올 것”이라며 “산업관은 관람객이 스마트 오더나 전산, 디지털 솔루션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비 창업자들이 보다 현실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상담의 질을 높이는 데도 집중했다”며 “단순 홍보가 아니라 실제 창업 판단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다음 박람회에서는 정보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방침이다. 특히 디지털, 인공지능(AI), 푸드테크 등 미래 산업 요소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창업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박람회’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역량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나 협회장은 “K-푸드와 K-컬처 덕분에 초기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 지금이 K-프랜차이즈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가맹본부가 영세한 경우가 많아 개별로는 해외에 진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협회는 K-프랜차이즈 글로벌 진흥본부를 설치해 이를 중심으로 집단 진출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팝업스토어, 공동 박람회, 바이어 매칭, 현지 컨설팅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K-프랜차이즈 거리’ 같은 집약형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나 협회장은 “음식뿐 아니라 K-컬처와 도∙소매, 서비스 등까지 모두 융합해 한국 문화의 첨병이 되고자 한다”며 “민간 차원에서의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발판삼아 정부와 국회의 체계적인 지원 정책 수립을 이끌어낸다면 우리 산업의 백년대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신뢰받는 산업으로 쇄신…‘산업 뿌리’ 중소브랜드 전폭지원
언론인 출신으로 자담치킨을 창업한 프랜차이즈 기업인이기도 한 나 협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윤리와 상생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만큼 뚝심 있게 윤리 정책을 추진해 신뢰받는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나 협회장은 “프랜차이즈 산업은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협력 구조이기 때문에 상생과 윤리가 무너지면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협회에서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윤리 교육과 상생윤리 인증제를 도입해 윤리 경영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수 사례를 널리 알려 자발적으로 민간에서 상생 노력이 확산되면 국민들과 소비자들의 신뢰도 회복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에도 이러한 성과를 적극 알려 상생 윤리 경영을 촉진하는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수립된다면 우리 산업이 대전환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를 위한 안전망이 될 공제 사업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나 협회장은 “공제 사업은 가맹점주들의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만드는 사업이지만 많은 점주들이 비용 문제로 기본적인 보험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며 “공제회가 만들어지면 훨씬 낮은 비용으로 화재보험, 배상책임, 분쟁 대응 등을 지원할 수 있다. 경영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고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다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며 “결국 공제사업은 복지를 넘어, 산업 전체의 신뢰 인프라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브랜드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하방을 지탱하는 중소 브랜드들이 중견, 대형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어야 산업이 활성화되고 선순환된다”며 “영세 중소 브랜드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듣고 정책 수립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