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승부수 던졌다…하나금융, 두나무와 1조원대 ‘디지털 금융 메가 동맹’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5일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국내 최대 가상자산 인프라를 보유한 ‘두나무’에 대한 1조원 규모 지분을 취득하고,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계한 미래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개최된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5일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국내 최대 가상자산 인프라를 보유한 ‘두나무’에 대한 1조원 규모 지분을 취득하고,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계한 미래혁신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개최된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승부수를 던졌다.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전통 금융 인프라와 디지털 기술 결합을 통해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의 4대 주주로 전격 올라서며 디지털 금융 영토 확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나금융은 지난 15일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 이사회를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인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다음달 15일로 거래는 전액 현금 지급 방식의 구주 매매로 진행된다.

 

이번 빅딜은 시중은행이 디지털 자산 기업에 투자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이자, 하나금융이 2012년 KEB외환은행 인수 이후 14년 만에 단행한 조 단위 투자다. 이는 전통 은행업의 한계를 넘고자 했던 함 회장의 강력한 혁신 의지와 승부사 기질이 반영된 결과다.

 

함 회장은 2023년 취임 당시부터 비금융 부문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디지털 영토 확장을 예고해 왔다.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 기업 비트고(BitGo)코리아 지분 25% 확보,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활용성 테스트 참여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미래 금융 인프라를 차근차근 다져왔다. 이번 두나무 지분 인수는 그간 함 회장이 3년여간 공들여온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 전략의 정점이다. 함 회장은 “이번 투자는 디지털 자산 기반의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두나무와 함께 국내 디지털 자산 산업이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도약하도록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와체인’ 네트워크 융합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

 

함 회장이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며 겨냥한 핵심 타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망 확보와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선점이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지분 인수와 동시에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기술 결합에 착수했다. 핵심은 두나무의 자체 레이어2 블록체인인 ‘기와체인(Giwa Chain)’ 인프라를 하나금융의 독보적인 외환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것이다. 양사는 이미 올해 2월 기존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망을 대체해 기와체인 상에서 구동되는 외화 송금 기술 검증(PoC)을 마쳤으며, 지난달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협약을 맺고 무역금융 및 실시간 정산 인프라의 실효성 검증 기반을 마련했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내외 파트너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사용처를 확보하고 코인 유통망을 완성해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혈맹을 통해 하나금융은 두나무의 압도적인 블록체인 기술과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를 자사의 자산관리 노하우와 결합해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강화한 종합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기업 결합을 본격화하고 향후 나스닥 상장까지 성공할 경우, 하나금융이 거둘 막대한 지분 가치 상승과 글로벌 신사업 시너지도 함 회장이 내다본 포석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금가분리’ 장벽 허문 금융 혁신…제도권 편입의 기폭제

 

금융권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제도권 금융 내부로 완벽히 편입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협력 관계는 단순한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이라는 1차원적 제휴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대형 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조 단위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자본 결속을 이뤄냄으로써,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플랫폼 간의 가장 강력한 ‘메가 동맹’이 탄생하게 됐다. 이번 지분 인수와 별개로 업비트의 기존 케이뱅크 실명 계좌 체제는 유지되지만, 두나무의 지분 구조는 송치형 회장(25.51%), 김형년 부회장(13.10%),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하나금융이 단숨에 4대 주주로 도약하게 됐다. 반면 기존 3대 주주였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분을 매각하며 주요 주주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도입 및 소유 분산 규제 기조와도 정면으로 부합한다. 가상자산사업자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당국의 압박 속에서 신뢰도 높은 전통 금융사인 하나금융이 대주주로 참여한 것은 두나무 입장에서도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법·규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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