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큼은 고깃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긴장감이 흐르죠.”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전국의 1만4428곳 투표소도 유권자를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투표소는 학교나 동사무소 등 관공서에 마련되지만 주민 접근성과 시설 규모 등을 따져 민간 시설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경기 광명시 소하2동 제4투표소인 고깃집 ‘상상초월돼지갈비’가 대표적이다. 이곳 점장은 이날 “10년 넘게 선거철마다 공식 투표소로 변신한다. 오늘 같은 선거 전날이면 의자를 접고 테이블을 치워서 공간을 비운다”고 말했다.
21년째 이 자리에서 영업 중인 이 가게는 그동안 가족 모임 장소, 동네 사랑방으로 역할하고 아동복지센터에 고기 기부도 하는 등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본관은 선거일에도 기존대로 운영을 하고 별관은 투표소로 쓰인다. 점장은 “별관이 텅 비면 묘하게 숙연해진다”며 “오래된 단골 어르신도 선거날만큼은 표정이 다르시더라”고 말했다.
꼭 1년 전, 대통령 선거 때도 이곳은 투표소로 변신했다. 점장은 “지난해 신문, TV, 인터넷에서 화제가 돼서 놀랐다”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며 웃었다.
또 다른 이색 투표소로는 예식장이 있다. 공간이 넓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투표소로 활용하기 제격이다. 그렇다 보니 이번에도 서울 도봉구 ‘그린컨벤션웨딩홀’, 서울 동대문구의 ‘벨라루체웨딩홀’, 서울 구로구 ‘명품웨딩 프로포즈’와 ‘L컨벤션 VIP룸’ 등이 투표소로 운영된다.
충남 서산시의 동문2동 제1투표소로 쓰이는 예식장 관계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휠체어 이용자분들도 이동하기 좋고 화장실도 편리하고 넓어서 주민들 반응이 좋다”며 “오늘부터 실내를 정리하고 이틀 정도 공간을 비울 건데 평일에는 식이 없으니 장사에도 큰 지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구의 베이커리 카페 ‘라라브레드 수유점’도 이날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기존 운영시간보다 7시간이나 종료를 앞당긴 건 이번 지방선거의 수유3동 제1투표소로 결정돼 기표소 설치 등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거 당일에도 투표소로만 활용되고 영업은 하지 않음에도 라라브레드 측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체육관, 태권도장, 검도장 등 민간 체육시설도 투표소로 이용된다. 실내 규모가 330㎡(100평)이 넘는 경북 포항시의 ‘문무검도장’은 오천읍 제12투표소로 변신한다. 10년 넘게 투표소로 쓰이는 이 검도장 관계자는 “여기 검도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던 사람들도 알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병규(LG트윈스 코치), 박명환(울산웨일즈 코치), 김태연(한화 이글스) 등 유명 야구선수들을 배출한 서울 청구초의 야구부 실내훈련장도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지선에서도 투표소로 활용된다. 이 밖에도 박물관(서울 송파구 가락1동 제4투표소), 유치원(경남 창원시 이동 제3투표소), 자동차 판매 대리점(경기 부천 심곡본1동 제2투표소) 등이 인근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소는 접근성이 좋고 장소가 넓은 곳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학교나 관공서가 1순위지만 없는 경우가 있다”며 “최대한 구역 내에서 구하려고 하다 보니 예식장, 태권도장, 고깃집 등까지도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날과 당일 영업에 제약이 생기는 곳들도 있는 만큼 사용료를 요청하면 예산 범위 내에서 소정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차료는 수십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