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패가망신’ 슈퍼리치 준항고

“권한 없는 금감원 투입 위법”
조사 인력 부족 등 문제 부각

지난달 28일 검찰은 1000억원대 자금을 동원해 가장·통정매매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DI동일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검찰은 1000억원대 자금을 동원해 가장·통정매매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DI동일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뉴시스

 

대규모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로 고발된 초고액자산가(슈퍼리치) 등이 조사 중 증거 선별 절차에서 위법을 주장하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사건에 연루된 피고발인들은 금융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합동대응단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해 달라며 최근 서울남부지법에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준항고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 압수 처분이나 판사의 재판 과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이를 법원에 취소하거나 변경을 청구하는 절차다.

 

이들은 금융위가 압수한 증거를 선별하는 과정에 강제조사권이 없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투입한 점에 대해 지적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압수수색과 현장조사 등 강제조사 권한은 금융위 조사공무원만 인정된다. 금감원은 임의조사권 행사만 가능하다.

 

이번 준항고를 계기로 금융위 조사인력 부족과 금감원 조사 권한 한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법제처는 금융위의 강제조사권을 금감원에 위탁하는 방안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최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도 현행법상 강제조사권이 금감원에는 부여되지 않은 배경 등을 법제처에 설명하고, 내부적으로도 제도 개선 방안 검토에 돌입했다.

 

금감원도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선오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임의조사에 강제조사권이 병행되면 자본시장의 질서를 훼손하는 세력을 효율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주가조작 패가망신’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 일각에서는 민간 신분인 금감원 직원에게 강제조사권까지 부여하면 권한 남용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이번 시세조정 사건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주가조작 패가망신’ 주가조작 적발 첫 사례로 꼽힌다. 종합병원·대형학원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 자산운용사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소액주주 운동가 등이 연루됐다.

 

이들은 일별 거래량이 적은 DI동일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법인자금과 금융회사 대출금 등을 동원해 장기간 시세 조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3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금지 위반 및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DI동일 이외에도 코스피 종목인 건자재 기업 ‘벽산’의 주가도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2024년 12월 DI동일 주식을 매도해 약 272억 60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최근 DI동일 임원실과 NH투자증권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다.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벽산 관련 시세조종 혐의도 수사 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정현민 기자 jhm3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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