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경희학원이 제2회 미원평화상 수상 기관으로 '세계원자과학자협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핵무기와 기후변화, 인공지능(AI) 등 인류의 실존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국제사회에 경각심을 제고해 온 공로를 높이 평가한 결과다.
경희학원은 지난 29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제2회 미원평화상 수상자 발표 행사'를 열고 세계원자과학자협회를 올해 수상 기관으로 공식 발표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는 세계원자과학자협회를 "과학을 통해 평화 옹호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가장 탁월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선정위원장을 맡은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세계원자과학자협회는 지난 80여 년 동안 '인류 종말 시계(Doomsday Clock)'를 통해 인류가 파국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섰는지를 가시화하며 핵무기와 기후변화, 파괴적 기술 등 현대 문명이 직면한 실존적 위협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며 "엄밀한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결정자와 시민사회가 과학에 기반한 평화와 인간 안보 실천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여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미원평화상은 경희학원 설립자인 미원 조영식 박사(1921~2012)의 평화사상과 실천을 계승하기 위해 2024년 제정된 국제 평화상이다. 지구행성사회의 미래를 위해 헌신한 개인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의 심사와 경희학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격년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수상자에게는 미화 20만 달러(약 3억1000만원)의 세계평화 후원금이 수여되며, 후원금은 재미 경희동문들이 결성한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을 통해 마련된다.
제2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은 오는 9월 21일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개최되는 '제45회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오늘날은 핵위협과 기후변화, 인공지능 등 다양한 위험이 서로 연결된 복합위기의 시대"라며 "세계원자과학자협회는 과학적 통찰을 통해 시대적 위험을 경고해 왔고, 경희학원은 학문과 교육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실천을 일깨우고자 노력해 왔다. 길은 달랐지만 인류의 미래를 지키고 평화를 새로운 문명의 토대로 세우겠다는 지향은 같다"고 말했다.
세계원자과학자협회는 1945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핵기술의 윤리적 책임을 공론화하기 위해 설립한 독립 비영리기관이다. 유진 라비노위치와 하이먼 골드스미스가 공동 창립했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직후인 1945년 12월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창간호를 발행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협회의 대표적인 활동은 1947년부터 매년 발표해 온 '인류 종말 시계'다. 인류가 자초한 파국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자정까지 남은 시간으로 상징화해 핵무기뿐 아니라 기후변화,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글로벌 위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높여 왔다.
또한 과학자와 외교관, 안보 전문가, 정책결정자를 연결하며 과학적 연구 성과를 국제 정책과 공공 행동으로 확장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미래세대가 지구적 위기를 이해하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 역시 주요 공적으로 평가받았다.
협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과학·안보 이사회, 명예 과학자 후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명예 과학자 후원단은 1948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창설했으며, 초대 위원장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맡았다. 현재까지 4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가 참여하며 협회의 과학적 권위와 전문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희학원은 이번 발표일을 6월 29일로 정한 데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45년 전인 1981년 6월 29일 조영식 박사가 유엔 세계평화의 날 제정을 제안한 날로, 이후 같은 해 제36차 유엔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이 공식 제정됐다.
경희학원은 "세계가 다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에 직면한 지금 미원평화상을 통해 평화를 문명사적 과제로 재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협력과 실천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