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글씨가 흐려지거나 초점이 잘 맞지 않으면 대부분 노안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글자가 단순히 흐린 것이 아니라 휘어져 보이거나, 직선이 굽어 보이고 사물의 중심이 일그러져 보인다면 노안이 아닌 망막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망막전막’이다.
망막전막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 위에 얇은 막이 형성되는 질환이다. 황반은 글자를 읽고 얼굴을 알아보며 사물의 세밀한 부분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다. 이 부위 위에 비정상적인 막이 생기고 수축하면서 망막을 잡아당기면, 중심 시야가 왜곡되고 시력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망막전막의 초기 증상은 노안과 혼동되기 쉽다.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거나 초점이 흐린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안은 주로 가까운 거리의 초점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인 반면, 망막전막은 글자나 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가 동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책을 읽을 때 글자 간격이 울퉁불퉁하게 느껴지거나, 타일이나 문틀, 창틀처럼 곧은 선이 굽어 보인다면 망막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한쪽 눈에 먼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일상생활에서는 증상을 늦게 알아차리기 쉽다는 점이다. 양쪽 눈을 함께 사용하면 반대쪽 눈이 시야를 보완해주기 때문에, 중심 시야의 왜곡이나 시력 저하를 뚜렷하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한쪽 눈씩 가리고 보면 글자가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부가 흐려지는 증상이 더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망막전막은 모든 경우에 즉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증상이 경미하고 시력 저하가 크지 않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다만 막이 점차 두꺼워지거나 망막을 당기는 힘이 강해지면 시야 왜곡이 심해지고 시력이 떨어질 수 있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유리체절제술을 통해 망막 표면의 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의 목적은 망막을 잡아당기는 막을 제거해 황반 구조를 안정시키고 시야 왜곡을 완화하는 데 있다. 다만 이미 오래 변형된 망막은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시력 회복 정도는 질환의 진행 정도와 망막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정밀 검사를 통해 치료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예후에 도움이 된다.
망막전막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증상을 단순한 노안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글자가 휘어져 보이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안과에서 망막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OCT 등 망막 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황반 표면의 막과 망막 변형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김태완 SNU청안과 원장은 “망막전막은 초기에는 노안이나 눈의 피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글자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가 동반된다면 망막질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한쪽 눈씩 가려보았을 때 시야 왜곡이 느껴진다면 정밀 검사를 통해 황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막전막은 진행 정도에 따라 경과 관찰과 수술적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 함께 적절한 치료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 시력 예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