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미국에서 세일즈 활동에 나선다. 이들은 빅테크 리더들과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미국 아이다오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앤드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 2026’에 참석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밸리를 찾는 것이다. 전날 이 회장은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 시애틀로 출국한 바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앨런앤드컴퍼니가 주최하는 선밸리 콘퍼런스는 ‘억만장자들을 위한 여름 캠프’로 불린다.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금융권, AI 스타트업,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스타 등 전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 참석한다. 올해도 IT 분야에선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 거물들이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포브스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대해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는 드문 행사”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선밸리 콘퍼런스 2026에서 주요 회사들과 AI 반도체 및 파운드리 협력 확대를 위한 교류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진만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동행한 점이 이러한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약 22조7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칩과 그록(Groq)의 AI 칩 생산에도 협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퀄컴과 AMD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회장이 파운드리뿐 아니라 주요 협력사들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한다. SK하이닉스는 10일 미국 뉴욕에서 ADR 나스닥 상장 기념식을 진행하는데 최 회장은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중장기 경영전략을 밝힐 전망이다. 이날 행사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도 함께한다. SK하이닉스의 ADR 규모는 약 43조원 수준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인 최대 1779만주가 신주로 발행된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방미 기간 중 엔비디아를 비롯해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 회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 행사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장들과 만나 AI 기술 발전과 인프라 구조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 2월엔 젠슨 황 엔비디아(CEO)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치맥 회동을 갖고 HBM4를 포함해 다양한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엔 황 CEO의 방한 기간 중 두 차례 회동을 통해 AI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황 CEO는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텔레콤과 더 큰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