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규제 논쟁이 정치권으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이 특정 우량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불안정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6.1%에서 지난달 24일 55.3%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 비중 역시 27.9%에서 63.5%로 대폭 확대됐다. 최근 한국은행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 비중이 주식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확대는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가격 변동의 일정 배율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 폭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코스피가 두 종목에 과도하게 편중된 상황에서 이들 상품의 리밸런싱과 차익거래가 반복되자, 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과 규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안 의원은 “코스피가 카지노로 전락했다”고 질타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몰린 자금이 주가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버리지 특유의 ‘음의 복리’를 언급하며 “출시된 관련 ETF 14개 모두 최근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최대 손실률은 35.9%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입장문을 통해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급락으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의 제도 도입 과정의 미흡함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올해 1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이후 상품이 너무 빠르게 제도화됐다”면서 “정부가 투자자 보호보다 증시 부양 효과를 우선시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증시 변동성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코스피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26번이나 발동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연간 발동 횟수와 동일한 수치를 반년 만에 기록했다”며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불안한 시장을 건강하다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와 대통령실도 제도 점검에 나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레버리지 ETF는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상품 도입 후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만큼, 새로 도입된 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F4 회의에서 점검하고 필요한 보완 조치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7일 국회에서 해당 레버리지 ETF로 인한 주식시장 변동성 문제를 언급하며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지에 대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