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6일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본격적인 긴축 모드에 돌입했다. 국내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의 ‘속도와 타이밍’을 둘러싼 전망이 치열하게 쏟아지고 있다. 연내 추가 인상 자체는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당장 한 달 뒤로 다가온 8월 연속 인상 여부로 쏠린다.
◆글로벌 IB “머뭇거릴 시간 없다…8월 연속 인상”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이 멈추지 않고 오는 8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곧바로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올리는 ‘연속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견해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도체 호조에 힘입은 견조한 수출 흐름과 눈앞에 들이닥친 대외 변수 압박을 고려할 때,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판단이다.
씨티은행은 한은의 긴축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가파를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2분기 강력한 수출 모멘텀을 반영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7%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력한 성장세와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인해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연속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11월, 내년 2월까지 내리 금리를 올려 최종 기준금리가 연 3.5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BNP파리바는 올해 한은의 최종금리 전망치를 기존 3.00%에서 3.25%로 상향 조정했다. 윤지호 선임 이코노미스트은 “국내 거시 지표와 물가 압력의 강도에 따라 8월과 11월에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현송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회의 전 시장의 기대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발언 기조는 중립적이었지만, 일부 매파적 요소도 포함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는 23일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다음달 4일 공개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이 등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권가 “지표 확인 후 숨고르기 먼저…10월 속도조절”
반면 국내 증권가는 급격한 대출 이자 부담 상승 등 취약 차주의 부실 우려를 감안해 다음달에는 일단 숨 고르기를 한 뒤 10월에 움직일 것이라는 ‘속도 조절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만큼 정책 효과를 지켜볼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GDP 등이 한은의 당초 전망을 크게 웃돌 경우 8월 연속 인상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다음달 금통위 전에 수요 측 인플레 압력의 뚜렷한 증거를 확정적인 수치로 확인하기에는 시기상 촉박하다”고 짚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섣부른 연속 인상보다는 지표 확인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한은은 국제 유가 상승 장기화에 따른 2차 파급 효과와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을 우려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두 요인 모두 뚜렷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연속 인상보다는 시장의 연쇄 피로도를 줄이는 10월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물가 압력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며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여지도 뚜렷해 연내 추가 인상 자체는 확실하다”면서도 “통화정책의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음달은 동결하고 10월과 내년 1월에 순차적으로 추가 인상을 단행하는 경로가 유력하다”고 관측했다.
◆진정한 분수령은 다음달 27일…성장률·물가 주목
금융권에서는 향후 한은 긴축 시계의 진정한 분수령으로 다음달 27일 예정된 금통위와 수정 경제전망을 주목한다. 결국 한은이 거시경제 지표 눈높이를 어디까지 올리느냐에 따라 금리 시계의 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수출 호조세와 달리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민간 소비 둔화 등 내수 부진이 여전하다는 점은 한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결국 경기 회복세 유지와 금융 불균형 완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은이 신중한 수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