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한도 소진에 금리까지 껑충…실수요자 ‘이중고’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대출 관련 안내가 게시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대출 관련 안내가 게시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A씨(41)는 최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음달 말 경기도의 한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려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개월 전부터 주거래 은행을 통해 대출 한도를 조회하고 자금 계획을 세워뒀지만, 막상 대출을 실행하려 하자 은행에서는 “당분간 신규 주택담보대출 진행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제2금융권까지 뒤진 끝에 간신히 대출이 가능하다는 은행을 찾았지만, 눈을 의심케 하는 대출 금리가 발목을 잡았다. A씨는 “대출을 받기도 힘들었는데, 겨우 구한 대출은 이자가 너무 비싸 숨이 막힌다”며 “집을 사야 할지, 아니면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대출 금리마저 가파르게 치솟으며 주택 구입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총 4조34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을 집계한 결과, 이미 총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약 4조7000억원 증가한 649조6612억원으로 나타났다. 연간 목표치를 이미 3500억원가량 초과한 셈이다. 특히 5대 은행 중 3곳은 연간 목표치 대비 약 150%를 초과해 대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연간 대출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면서 은행권은 일제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잔액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신규 대출 속도를 극단적으로 조절하거나 사실상 중단 조치에 나서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던 실수요자들은 자금줄이 막히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실제로 이달 들어 주택구입 목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하루 평균 집행액은 약 1857억원으로 지난달(2461억원) 대비 25%가량 급감하며 은행권의 강도 높은 대출 조이기 조치가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간신히 대출 문턱을 넘더라도 살인적인 이자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 5대 은행의 혼합형(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7~7.49%로 집계되며 상단 기준 연 7.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금리 하단은 1.26%포인트, 상단은 0.84%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본격적인 긴축 기조를 명확히 한 데 이어 시장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 문턱과 금리가 동시 상승하면서 주택 구입 실수요자들은 진퇴양난의 이중고에 직면했다. 규제 강화로 빌릴 수 있는 돈의 총량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갚아야 할 이자는 천정부지로 뛰면서 서민 차주들이 체감하는 가계 금융 부담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은행들이 당국의 총량 규제에 맞춰 대출 금리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고통과 자산 형성 위축 현상은 당분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하반기 금리 변동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자금 공급의 문턱마저 높아지면 실수요자의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적인 옥죄기보다는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에 비용을 차등 부과하는 등 정교한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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