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원 긴급 자금 지원으로 홈플러스가 일단 숨통을 틔웠지만, 카드업계의 경계 태세는 오히려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든 분위기다. 유동성 위기 자체보다 향후 회생 절차 결과에 따라 홈플러스 제휴카드 운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업계는 신규 발급 중단 조치 외에 별도의 후속 절차를 검토하기보다 법원의 판단과 영업 정상화 가능성을 지켜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홈플러스 KB국민카드’와 임직원전용 카드에 대한 신규 발급을 중단한 데 이어 신한카드도 최근 ‘마이 홈플러스 신한카드’와 ‘마이 홈플러스 체크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현대카드는 홈플러스 온라인몰 M포인트 사용 서비스를 종료하고 관련 혜택 일부를 다른 제휴처 혜택으로 전환했다. 하나카드 역시 홈플러스 관련 멤버십 혜택을 조정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카드사들이 제휴카드 정리 절차나 대규모 후속 조치에 착수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산 업무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제휴카드와 관련해 추가로 정해진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절차는 홈플러스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기존 프로세스 외에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차원의 별도 지침 역시 아직 없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특별히 전달받은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회생 절차 결과에 따라 약관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홈플러스의 향후 운명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의 자금 지원으로 단기 유동성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회생계획안 수정과 채권자 동의, 법원 판단 등 주요 절차가 남아 있다.
카드사들은 현재 신규 발급 중단 외에는 추가 조치보다 상황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 역시 홈플러스의 청산을 전제로 했다기보다 소비자 보호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향후 제공 여부가 불확실한 혜택을 기대하고 신규 고객이 카드를 발급받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현재 발급된 홈플러스 제휴카드는 유효기간까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카드사들도 정산 업무와 기존 고객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포인트 처리나 제휴카드 운영 변경 문제를 논의하기보다 회생 절차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추진하던 홈플러스 사태 청문회 계획을 접고 오는 21일 현안 질의로 방향을 선회했다. 메리츠금융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전제로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당장 청문회를 열어 압박하는 것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는 당초 청문회 대상으로 거론됐던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 대신 마트산업노조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방식이 유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주당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일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자금 투입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단 수준”이라며 경영 정상화와 고용 안정, 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를 향해 영업 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이행을 촉구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