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해킹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가 모바일 앱과 클라우드, 텔레매틱스(차량-외부 통신망 간 데이터 송수신 시스템), API 등 다양한 외부 시스템과 연결되면서 공격자가 침투할 수 있는 경로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 자동차 보안의 경계가 차량 내부였다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의 보안 경계는 차량 밖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 업스트림 시큐리티가 2025년에 발생한 자동차 및 스마트 모빌리티 사이버 사고 494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공격의 92%가 원격으로 이뤄졌으며 이 중 86%는 물리적인 접근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특히 전체 사고의 67%가 텔레매틱스와 클라우드 시스템을 주요 침투 경로로 활용했다.
이는 자동차 해킹의 중심이 차량 내부에서 외부 연결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량 자체를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차량과 연결된 외부 시스템이 침해되면 그 영향이 차량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외부와 연결될수록 공격자는 차량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위협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보안 기업 PCA 사이버 시큐리티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자동차 관련 신규 보안 취약점은 265건으로 전년 동기(131건) 대비 102%나 증가했다. 공격 표면 또한 백엔드 시스템, OTA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 모바일 앱, 전기차 충전 인프라까지 확대되고 있다.
랜섬웨어 관련 사고도 급증했다. 업스트림 조사에서 2025년 랜섬 관련 사고는 전체 44%를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자동차 사이버 공격의 목적이 단순 정보 탈취에서 서비스 중단과 금전적 이익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량이나 생산 시스템을 마비시킨 뒤 복구를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피해 규모도 심각하다. 같은 클라우드나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공유하는 차량이 수천, 수만 대에 달할 경우 하나의 취약점이 대규모 차량군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스트림은 2025년 사고의 61%가 수천에서 수백만 대 규모의 모빌리티 자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으며 그중 20%는 '매시브 스케일(Massive Scale)' 사고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동차 사이버공격의 범위와 피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적인 보안 요구도 사후 대응 중심에서 차량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UN R155는 자동차 제조사가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를 구축하고 차량 생애주기 전반의 위험을 관리하도록 요구한다. 국제표준 ISO/SAE 21434 역시 개발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사이버보안 관리를 국제표준으로 제시한다.
과거처럼 문제가 발견된 뒤 수정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SDV 시대에는 출고 후에도 OTA 업데이트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계속 변경되므로 새로운 취약점과 공격 방식에 노출된다. 결국 '사후 대응'에서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고려하고 운행 중에도 계속 감시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차량 내부 이상 행위를 탐지하는 침입탐지시스템(IDS), 차량과 클라우드 간 이상 트래픽을 분석하는 보안 관제, 취약점 발견 시 신속히 패치를 배포하는 OTA 보안기술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욱이 SDV 환경에서는 출고 후에도 소프트웨어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개발-검증-출고-운행-업데이트-사후 대응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피지컬 AI 보안 전문기업 아우토크립트와 같은 사이버보안 전문기업의 역할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우토크립트는 자동차 개발 단계부터 운행 이후까지 전 과정에 걸친 사이버보안 기술을 제공한다. 특히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변경되는 SDV 환경에서는 차량과 외부 시스템의 보안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새로운 취약점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아우토크립트는 이를 위해 차량용 침입탐지와 보안 관제, 보안 테스트, OTA 보안 등의 기술을 제공하며 개발 단계의 보안 검증부터 운행 중 이상 행위 탐지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생애주기 전반의 보안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아우토크립트 관계자는 “오늘날의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연결되고 클라우드와 통신하며 수많은 전자제어장치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움직이는 컴퓨터’다. 그러나 다른 디지털 기기와 달리 자동차는 현실 공간에서 물리적 움직임을 일으키므로 해킹 파급력이 크다.”라며 “스마트폰 해킹이 정보 유출에 그칠 수 있다면 자동차 해킹은 이동 통제 불능과 서비스 중단은 물론 인명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진화한 지금 사이버보안은 더 이상 선택적 옵션이 아닌 차량의 안전과 신뢰를 담보하는 필수 조건이 되었다”고 말했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