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실종신고를 허위로 종결 처리해 대응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는 이른바 ‘경찰 허위종결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107일 만이자, 실종자들이 숨진 채 발견된 지 사흘 만이다.
고 청장은 27일 오전 제주경찰청 지휘부 회의에 앞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발표하고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인들과 깊은 슬픔을 겪고 계신 유가족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책무를 저버리고 거짓된 언행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고 청장은 “이 같은 사태를 제때 살피지 못한 치안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도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고 청장은 담당자였던 부모(30대) 경장의 행적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청장에 따르면 지난 7월 19일 재신고가 접수된 이후 부 경장은 줄곧 “실종자와 통화했다”고 주장했으나,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감찰 및 입건 조치로 이어졌다. 고 청장은 “실종 사건을 정상 처리한다고 해서 실적이나 포상이 걸린 것도 아닌데, 담당 경찰관이 왜 이 같은 행동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청장은 이날 오후 실종자 장모(30대·여) 씨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유족 측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경찰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동생을 안치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부 경장에 대한 수사 상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부 경장은 직무유기 및 공전자기록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접수된 장 씨의 실종신고와 7월 2일 접수된 A(60대) 씨의 실종신고를 각각 정상적으로 연락이 닿은 것처럼 속여 임의 종결한 혐의다. 두 실종자는 각각 지난 22일과 24일 제주시 구좌읍과 한림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7일 공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장 씨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목뿔뼈(설골) 골절이 관찰돼 목맴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사후 부패 과정에 의한 골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머리와 몸통 등에서는 타살을 의심할 만한 특이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실종팀에서 근무하며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 전체로 수사를 확대해 추가 허위종결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부 경장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지난 7월 22일 제주서부경찰서 여자화장실에 침입했다가 적발됐으며, 경찰이 현장에서 채취해 국과수에 의뢰한 DNA 감정 결과 부 경장의 DNA와 최종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