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수혜지역 소비 4% ‘쑥’…한은 “부동산·고가품 쏠림은 선순환 한계”

지난 26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SK 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6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SK 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통해 실제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종사자가 밀집한 지역의 소비가 비수혜 지역 대비 최대 4%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다만 늘어난 소득이 수도권 주택 매입이나 자동차 등 고가 재량재에 집중되면서, 국내 가계 전반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소비의 선순환’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성과급 풀리자 지갑 열렸다…올해 말까지 누적 소비 1.7조 원 증가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은 31일 ‘BOK이슈노트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인구 중 반도체 종사자 비중이 높은 반도체 고노출 지역(이천·화성·청주 흥덕구 등)의 월별 소비는 지난해 성과급 지급 이후 비노출 지역에 비해 최대 4% 정도 높게 나타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정되며,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말에는 약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증가액(0.8조 원)은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액의 약 2% 수준이다. 세후 성과급 대비 소비 증가액을 뜻하는 소비파급률은 2025년 27%, 2026년 21%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소비쿠폰 효과(16.1~39.8%)와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이러한 소비 증가는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2025년 0.01%, 2026년 0.03%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7년에는 주요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약 5배가량 대폭 늘어날 예정으로, 소비파급률 시나리오에 따라 GDP 제고 효과가 0.08~0.12%(2027년 성장률 +0.06~0.09%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부동산으로 흘러간 이천, 소비로 터진 청주…품목은 자동차·고가품 쏠림

 

하지만 소득 증가가 실물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는 지역별·품목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동일하게 SK하이닉스 성과급을 지급받았음에도 청주시 흥덕구의 소비 증가 반응은 뚜렷했던 반면, 반도체 노출도가 가장 높은 이천시는 상대적으로 소비 증가폭이 작았다.

 

이는 소득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주택매수자 등기신청 자료 분석 결과, 이천시 거주자는 성과급 지급 직후 화성 동탄, 용인, 수원 등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와 서울·성남 등 수도권 주택 매입을 대폭 늘렸다. 반면 청주 거주자는 타지역 부동산 매입에 큰 변화 없이 추가 소득을 지역 내 소비로 연결했다.

 

지출 품목 역시 ‘소비→소득→소비’의 선순환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늘어난 소비의 상당 부분이 백화점, 가전·가구 등 고가 재량재와 온라인·자동차 구매에 집중됐다. 특히 온라인 거래를 통한 테슬라 차량 인도량이 급증했는데, 이러한 고가 내구재 및 수입재는 수입유발액이 크고 국내 근로소득 유발 효과가 낮아 여타 가계의 소득으로 환류되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한은 “고용 확대와 서비스 소비 확산, 소부장 생태계 강화가 관건”

 

조사총괄팀은 향후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호황의 수혜가 1인당 임금 상승을 넘어 고용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 제조업 호황기 사례를 보면 임금총액 증가가 고용 확대를 통해 이뤄질 때 소비 서비스업으로의 파급력이 훨씬 컸다. 또한 늘어난 소득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고 실물 소비로 흘러가야 하며, 소비 품목 역시 자동차 등 내구재에서 자영업·골목상권과 직결되는 서비스업 전반으로 다변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산업 호황은 이미 국내 소비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반도체 성과가 여타 산업의 고용과 생산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재·부품·장비 산업생태계를 강화해 연계효과를 높이고, 서비스업 등 고용유발효과가 큰 부문으로 소비가 확산될 수 있도록 취약부문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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