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마주의 세계] 역대 대선 테마주 보니…종료 후엔 주가도 폭싹

그래픽=권소화 기자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대형 투기판이 반복됐다. 대선 테마주는 대선 후보들과 큰 상관이 없지만 테마주로 묶였다는 이유만으로 폭등했고, 대선 종료와 함께 상승 동력을 잃고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이 진행된 이후 상장 폐지한 종목이 생기기도 하고, 대선 이후 낙폭이 확대된 사례도 대거 발생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대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된 NE능률 주가는 대선이 있던 2022년 6월 11일 3만75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약 3년 뒤인 현재 2700원대로 10분의 1 수준이 됐다.

 

 NE능률은 최대 주주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윤 전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거론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2021년 2월 3000원대 수준이었던 주가는 10배 이상 뛰었다.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주목받은 덕성의 주가는 2021년 초반 6000원대에서 그해 6월 3만2850원으로 5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점차 하락세를 보이더니 현재는 6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대 대선 테마주를 시장 변동성이 매우 컸던 2020년과 변동성이 줄어든 2021년을 비교해 보니 상한가 빈도가 54% 증가했다. 이는 일반 종목이 38% 감소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며 “대선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에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매우 막연한 관계가 대다수였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서 치른 19대 대선 때도 대선 테마주에 대한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당시 문재인 테마주인 DSR은 2016년 10월 4000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2017년 3월 대선일을 한 달 정도 앞두고 2만150원까지 5배 가까이 뛰었다. DSR 주가는 이후 2019년 216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하지 못한 채 현재에는 37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DSR은 2대 주주가 문 전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테마주로 묶였다. 

 

 지난 18대 대선 시절 박근혜 테마주도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현재는 훨씬 낮은 가격에서 거래 중이다. EG는 박 전 대통령 당선 다음 날인 2012년 12월20일 4만4550원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현재는 6400원대에 거래 중이다. 

 

 한때 대선 테마주로 거론되면서 우상향했지만 상장 폐지나 거래 정지가 된 종목도 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의 테마주였던 폴켐은 정 후보의 공약인 대륙철도 관련주로 묶이며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2010년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테마주로 묶인 대아건설은 급등했지만 2004년 10월 피흡수 합병을 이유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기업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치 테마주 현상은 결국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으로 나타났다. 김세린 KB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이 정치의 영역이 됐다”면서 “네이버랩 키워드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에 대한 관심도는 2017년 19대 대선 때보다 20대 때 5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시장이 정치 논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업황과 밸류에이션 분석을 어렵게 한다”고 진단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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