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화재가 ‘N잡 크루’와 ‘마이브라운’ 등을 필두로 영업 채널 다변화와 시장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줄곧 1위를 지켜왔으나 급성장 중인 후발주자의 전략적 장점을 유연하게 흡수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려는 적극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6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감소했으며 메리츠화재는 1.7% 줄어든 1조6810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순이익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보험손익의 경우 삼성화재는 1조519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7.8% 하락하며 두 자릿수 감소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1조4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줄어드는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삼성화재의 실적하락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꼽고 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은 2024년 958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590억원 적자로 돌아서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메리츠화재 역시 지난해 46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 중 자동차보험 비중이 낮아 상대적으로 실적 타격이 적었다.
불과 2014년만 해도 메리츠화재는 순이익 5위권에 머물렀다. 2021년 3위로 도약한 데 이어 2023년에는 DB손해보험마저 제치고 업계 2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1위인 삼성화재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이러한 메리츠화재의 자신감은 경영진의 목소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2024년은 1등에 도전하기 위한 힘을 축적하는 한해였다”며 “지난 10년간 폭발적 성장을 지속해 온 우리는 이 순간부터 1등에 도전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영업·영토 확장으로 ‘맞불’
앞서 메리츠화재는 2024년 3월 자영업자와 직장인, 대학생 등을 겨냥해 비대면 영업 플랫폼 ‘메리츠 파트너스’를 도입한 바 있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보험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는 이른바 ‘N잡러’ 전용 조직인 메리츠 파트너스는 도입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12월 기준 등록 설계사 1만2000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 1위 삼성화재도 경쟁사의 전략을 차용하며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삼성화재는 메리츠 파트너스와 유사한 형태의 설계사 육성 채널인 ‘N잡 크루’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돌입했다.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 보험 중심의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설계사 영입을 위한 수수료 경쟁은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N잡러 설계사 채널은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고객과의 접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신계약 창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이점을 지니고 있어 보험사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인력 전술과 더불어 삼성화재가 공을 들이는 또 다른 격전지는 ‘펫보험’ 시장이다. 현재 펫보험 시장은 메리츠화재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하반기 펫보험 전문 법인인 ‘마이브라운’에 지분을 투자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 마이브라운의 지휘봉은 삼성화재 일반보험부문 출신의 이용환 대표가 잡았으며 감사 역시 삼성화재 인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이브라운의 상표권까지 삼성화재가 직접 출원하는 등 양사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삼성화재는 마이브라운에 대한 투자액을 대주주 요건에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제한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 자회사가 모회사와 동일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1년 미만의 미니보험을 다루는 마이브라운과 3년 미만의 펫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삼성화재 간의 상품 중복 논란을 피하면서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메리츠화재가 선점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실리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실 전환과 장기보험 손해율 상승 등이 삼성화재 실적 하락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시적인 현상인지 여부는 올해 상반기 추이를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화재의 N잡러 도입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경쟁사 모델을 뒤쫓는 과정에서 기존 설계사의 이탈이나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업계의 검증이 채 끝나지 않은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는 행보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