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금감원 현미경 검사까지... ‘사면초가’ 손보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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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가 실적 악화와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자동차보험 등 손해율 악화로 본업 수익성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익 산출 근거인 계리가정에 대한 고강도 검증까지 선포했기 때문이다. 내부적인 실적 방어와 외부의 현미경 감시라는 안팎의 파고를 동시에 넘어야 하는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손보사 5곳(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1.5% 감소한 7조4297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의 경우 9조406억원으로 8.9% 줄어들었고 보험손익도 5조439억원으로 28.6%나 감소했다. 

 

실적 악화의 직격탄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왔다.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159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것을 비롯해 KB손해보험 1077억원, 현대해상 908억원, DB손해보험547억원, 메리츠화재 463억원 등 모두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6.88%에 달했다. 통상 업계에서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80%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폭설과 결빙 등 계절적 요인에 정비 공임 및 수리비 인상이라는 원가 상승 압박이 더해지면서 적자 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역시 평균 손해율 88.5%를 기록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간 상생 금융 기조에 맞춰 4년 연속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해왔던 손보사들은 결국 5년 만의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형 5개사는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1.3~1.4% 올리기로 결정했으나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 폭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수익성 회복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손보사들을 옥죄는 수익성 쇼크가 자동차보험에만 머물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9개 보험사 예실차(예상보험금과 실제지급액 차이) 손실 규모는 총 1조6417억원에 달했다.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 청구가 크게 늘어난 데다 그간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마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며 막대한 실제 손실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본업의 기초 체력이 전방위적으로 약화된 상태에서 장부상 이익을 지탱하던 버팀목들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적자와 보험 예실차 확대 등이 겹치며 수익성이 꺾였다”며 “투자이익으로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으나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실적 회복의 실질적인 돌파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수익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고강도 회계 검증은 업계에 더 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계리감리 전담팀’을 신설하고 보험사가 이익을 산출할 때 사용하는 계리가정보고서를 직접 점검한다고 밝혔다. 실제 손익은 악화되는데 장부상으로는 낙관적 가정을 동원해 실적을 부풀리던 ‘고무줄 회계’ 관행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부채 평가의 핵심 요소인 계리가정과 현금흐름 모델링, 내부통제 운영현황 등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보험업법상 건전성 기준 및 감독회계 법규 준수 여부를 중점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감리결과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권고, 제도개선 등을 통해 시정을 유도하되, 중대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엄정한 제재조치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현장 감리 속도도 빨라진다. 오는 2분기 계리감리의 기초가 될 ‘계리가정보고서’를 도입하고 상반기 중 정기감리에 전격 착수할 예정이다. 감리방식은 정기감리 및 수시감리로 이원화하고, 보험회사 자산규모 등에 따라 차등화된 감리주기 목표 내에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계리가정에 대한 정밀하고 체계적인 감리로 보험회사의 손익 왜곡과 수익성 과대평가를 통한 불건전상품의 설계, 판매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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