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2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글로벌 행보가 대조를 이룬다. DB손보가 미국 특수보험사를 인수하며 전방위로 영토를 넓히는 사이, 메리츠화재는 추가 거점 없이 기존 법인 체제만을 유지하며 안방 수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7.4% 감소한 1조 6909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조 68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감소 폭을 1.7%로 방어하며 삼성화재 뒤를 이었다.
반면 2위를 지켰던 DB손보는 13.4% 감소한 1조 534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3위로 내려앉았다. 장기위험 손해율 등 손해율 악화와 더불어 금호타이어 화재, 미국 LA 산불 등 국내외에서 잇따른 대형 사고로 인해 일반보험 부문 손익이 급감하며 전체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메리츠화재는 순이익 규모에서 DB손보를 앞지르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2014년 순이익 5위권에 머물렀던 메리츠화재는 2021년 3위, 2023년 2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 왔다. 2024년 DB손보에 잠시 자리를 내주는 듯했으나 지난해 다시 추월에 성공했다.
다만 이러한 메리츠화재의 성장이 국내 시장에 치중된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선두권 경쟁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 해외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거는 것과 달리 메리츠화재의 글로벌 행보는 호실적이 무색할 만큼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메리츠화재의 해외 거점은 1998년 코린도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메리츠코린도보험’이 사실상 유일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이 법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 573억원, 자본 283억원, 순이익 24억 6200만원 규모로 현지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에 머물고 있다. 1998년 인도네시아 진출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해외 거점 확보나 신규 시장 진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가 ‘보험업계 1위’ 달성을 공언해온 만큼, 당분간 해외 확장보다는 국내 영업 경쟁력 강화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DB손보는 실적 부진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지난해 9월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Fortegra)’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포테그라는 특화보험과 신용·보증보험 등을 주력 포트폴리오로 갖춘 곳이다. DB손보는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이다.
DB손보의 해외 영토 확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여온 DB손보는 2015년 현지 시장 점유율 상위권인 우정통신보험(PTI) 인수를 시작으로 동남아 진출의 신호탄을 쏘며 현재 베트남 내에서만 총 3곳의 손보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 또한 지난 2019년 영국 보험사 캐노피우스 지분을 사들인 이후, 지난해 추가 투자 계약을 통해 지분율을 40%까지 확보하며 현지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이 저출생·고령화로 성장 한계에 봉착한 만큼 공격적인 지분 투자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포테그라 인수에 따른 단기적인 자본 부담에도 불구하고,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을 높여 선두권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민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인수 후 포테그라는 100% 자회사로서 DB손보 연결 순이익의 약 10% 내외 기여가 예상된다”며 “포테그라 편입으로 외형 확대와 수익성 제고가 동시에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