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회사의 필요 인력이 누군지, 시장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주체입니다. 정부는 실업을 막으려고 하지 말고, 발생한 실업에 대응해 (구직자들이) 빨리 재취업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고용유연성 제고 및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한 노동시장 개편방향’ 세미나 패널토의에서 “고용안정성을 제고 측면에서 기업 등 민간의 역할이 정부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관련기사 본지 20일자 "직무·성과 기반 보상체계 확산해야…고령층·청년층 맞춤형 지원 절실” 참고>
김 교수는 “실업급여 확충은 고용안전망 강화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엔 100%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는 민간의 능력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해고를 하지 마라’는 방식이 아닌, 실직한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어떻게 재취업시킬지에 대한 기업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용유연성과 고용안전망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해고의 용이성이나 실직에 따른 지원이 아닌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재편 등을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최고의 고용안전망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유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닫히는 일자리가 있을 때 그 옆에 더 나은 기회의 문이 열려야 고용안전망이 역동성을 가질 수 있고, 또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보험 재원 확보와 관련해 유 수석연구위원은 “모성보호급여를 독립적인 계정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일본의 방안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수환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재취업 프로그램이나 직업훈련의 효율성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자고 제언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관대한 실업급여와 같은 더 튼튼한 고용안전망이 있을 경우 실업기간이 늘어나는 데 따른 비용이 존재한다는 연구도 있지만, 또 다른 연구에선 (구직자의) 더 좋은 일자리 매칭으로 이어지는 혜택도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면서 “좀 더 방대한 고용안전망을 구축할 때 이후 어떻게 (일자리) 매칭이 좋아질 수 있는지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에선 이영기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장이 패널로 참석해 정책적 고민을 공유했다. 이 과장은 “어떻게 고용보험 수급을 예방할 것인가, 수급자가 어떻게 빨리 취업할 수 있게 할 것인가 등을 두고 정부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계속 검토하고 필요 시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