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백나무 향 가득한 우드랜드는 맑고 상쾌한 바람으로 가득하다.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나무 사이로 놓인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 녹음은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햇살은 몸에 가득 봄기운을 불어 넣는다.
30만평의 편백숲으로 조성된 우드랜드 산책로 끝에는 우드랜드의 명물로 꼽히는 ‘비비에코토피아’(치유의숲·6만평)가 자리하고 있다. 한 때 누드삼림욕장으로 소개되면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던 곳이다. 공식적인 용도는 ‘풍욕(風浴)을 체험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름에만 운영되는 이곳은 평소엔 가벼운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여름에 특히 인기가 있는 이곳은 에덴동산 그 자체다. 우선 세상의 옷을 입고선 입장할 수 없다. 부직포로 만들어진 가벼운 옷(대여료 2000원)을 걸쳐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부직포를 걸치진 않았어도 온 몸의 세포가 반기는 듯하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가 아닌,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아낌없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숲의 기운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니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비비에코토피아는 체험객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주변을 대나무로 된 차폐막도 곳곳에 눈에 띈다. 여기저기 설치된 나무벤치에선 연인들이 미래의 꿈을 나누고 있다. 해먹에 누워 하늘을 보니 여름이 더욱 기다려진다. 명상하는 듯 눈을 감고 있으니 풍욕의 진가가 제대로 느껴진다. 황토집, 소나무집, 한옥집 등은 7만∼20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손잡고 말레길 따라 억불산 등반여행(5월17일·30가족), 엄마랑 아빠랑 함께하는 사랑의 편지꽂이 만들기(5월24일·40가족) 등의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예약 필수. 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산리 산20-1. (061)864-0063

◆장흥 제암산 철쭉평원=정상에 있는 바위가 한자인 임금 제(帝)와 비슷해 이름 붙여진 제암산(帝岩山·807m)은 호남정맥을 이루는 주요 봉우리 중 하나다. 전남 장흥군과 보성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제암산은 임금바위, 요강바위, 가족바위 등 기기묘묘하게 생긴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제암산 봄의 진정한 제왕은 철쭉이다. 산의 능선을 따라 거대한 물결처럼 이어지는 진분홍빛 철쭉은 남도 제일로 꼽힌다. 제암산 철쭉은 사자산(해발 666m)에서 시작해 간재삼거리, 곰재산(해발 629m), 곰재를 잇는 6km 길이의 능선에 폭 50m~200m 규모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철쭉군락지 면적은 대략 20만 평방미터,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넓이다. 흔한 잡목 하나 없이 오롯이 철쭉뿐이어서 그 장관은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

능선을 따라 피는 철쭉 군락은 자생 철쭉이다. 5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해 중순을 넘어서며 절정을 이룬다. 이상고온과 해거리 탓으로 예년보다 철쭉의 화려함이 덜하지만 키를 훌쩍넘는 철쭉평원 길을 걷는 맛은 상상 이상의 기쁨을 안긴다.
가장 인기가 높은 코스는 장흥읍 신기마을 주차장을 기점으로 한 원점회귀형 코스. 산행이 어렵다면, 간재 아래까지 이어지는 임도로 차를 가져가면 좀 더 쉽게 제암산 철쭉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길은 폭이 좁아 교행이 어려운 곳이 많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힘들지만 평일이라면 큰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신기마을 : 전남 장흥군 장흥읍 산28.
장흥=글·사진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