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받는 체크카드, 트렌드로 자리잡을까

연회비 받는 체크카드…카드사 "연회비 > 혜택"
새 수익원 활용 여부 주목 속 '연회비 거부감'극복 관건

연회비를 부과하는 체크카드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체크카드의 결제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회비를 지불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체크카드 혜택을 원하는 금융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게 카드사의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신용카드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체크카드 연회비를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계산도 깔렸다. 하지만 여전히 '체크카드는 공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연회비에 대한 카드 소비자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연회비 받는 체크카드 주목

최근 3개월 영업정지가 풀린 농협카드는 지난 19일 연회비 3000원을 받는 '글로벌 언리미티드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해외 모든 가맹점에서 한도와 횟수와 제한 없이 가맹점 이용액의 2%, ATM이용액의 0.5%를 캐시백으로 제공한다. 이 카드는 업계 최초의 해외 전용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언리미티드 체크카드는 연회비를 받는 체크카드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체크카드 발급에 따른 연회비를 부과하는 대신, 대(對)고객 제공 혜택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연회비를 받는 체크카드가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9월 출시한 '현대카드M 체크카드'와 '현대카드X 체크카드'는 연회비 2000원을 받는다. 월 사용액 100만원을 기준으로 이용액의 일부를 차등화해 포인트 적립 또는 캐시백으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롯데카드는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08년에 연회비 1000원의 '롯데 플래티넘 체크카드'를, 지난 2010년엔 연회비 3000원을 받는 '슈퍼플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체크카드 결제 비중이 전체 카드의 20%에 육박한 가운데 연회비를 부과하는 체크카드가 카드 이용자를 마음을 사로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좌상에서부터 시계방향) 농협 글로벌언리미티드체크카드, 현대카드M 체크카드, 롯데 플래티넘 체크카드.

◆ 카드사, "연회비보다 제공 혜택 커"

연회비 부과 체크카드가 연회비 이상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원하는 체크카드 수요를 겨냥했다고 이들 카드사들은 설명한다.

농협 글로벌 언리미티드 체크카드는 해외 전 가맹점에서 결제 금액의 일정 부분이 할인된다. 현대카드M·X체크카드는 현대카드가 진행하는 문화·공연 이벤트 시 할인 혜택을 준다. 롯데 플래티넘 체크카드와 슈퍼플러스 체크카드는 각각 면세점, 백화점, 주유 업종과 롯데슈퍼 및 외식업종에서 캐시백을 제공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체크카드를 단순 결제용으로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부 연회비를 부담하더라도 더 큰 혜택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며 "연회비를 받는 대신 차별화된 혜택 또는 상품에 대한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체크카드 연회비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반영됐다. 체크카드는 카드대출이나 할부수수료 등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반면, 대손비용 및 자금조달 비용도 없다. 향후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연회비를 수익성 유지 수단으로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체크카드에 무슨…" 고객 연회비 거부감 극복 관건

하지만 연회비 받는 체크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계좌 잔액 한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는 연회비 없이 쓰는 카드라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때문에 연회비 부과 체크카드의 발급 실적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롯데 플래티넘 체크카드의) 발급실적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연회비를 2000원만 올려도 고객 불만이 많이 들어온다. 체크카드에 연회비를 부과한다면 더 큰 고객 불만이 우려된다"며 "현재로서는 체크카드에 연회비를 받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신용카드를 주(主)카드로 사용하는 이용자가 많은 상황에서 연회비를 지불하면서까지 체크카드를 주 카드로 쓰려는 수요도 크지 않은 점도 관건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향후 체크카드가 주 결제원으로 자리잡는다면, 연회비를 지불하더라도 자신의 소비패턴에 적합한 체크카드를 사용하려는 수요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면서 "향후 카드 결제 트렌드에서 체크카드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현승 세계파이낸스 기자 hsoh@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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