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A매치 데이, 한은·금감원 날짜 따라

#. 2014년 하반기 금융공기업 원서를 쓴 A모씨(26). 학기 초에 학내에서 한국은행·한국수출입공사·KDB산업은행 합동으로 설명회를 했다. 실제 학교 선배들이 어떻게 시험을 준비했는지 생생하게 들어서 도움은 됐지만 설명회 말미에 인사관계자들이 한 "우리 세 기관 모두 같은 날 필기시험을 보는 거 알죠?"라는 말 때문에 설명회를 듣고 나오는 걸음이 무거웠다. A같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한 번의 시험 기회도 소중하지만 시험을 동시에 볼 수 없다.

오는 18일에 한국은행·금융감독원·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한국거래소 등 굵직굴찍한 금융기관의 신입직원 공채 필기시험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를 두고 취업준비생은 원래 각국 국가대표팀이 서로 경기를 열 수 있도록 국제축구연맹이 정한 날을 이르는 A매치 데이에 빗대어 ''금융 A매치 데이''라고 부른다.

올 하반기에 한은은 60명 정도, KDB산업은행 50명, 금감원은 45명, 수출입은행 32명, 예금보험공사 12명, 한국거래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 해봐야 200명 남짓의 인원만을 뽑게 된다.

◆ 한은·금감원 보면 채용일정 보인다!

채용일정은 다른 기관들이 한은과 금감원의 일정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한은 인사담당자는 "한국은행의 경우 시험 일정을 빨리 내놓기 때문에 시험일정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실제 한은과 금감원은 올 8월 28일에 채용공고를 냈고 그 이후 산업은행(29일), 수출입은행(9월 3일), 예금보험공사(5일), 한국거래소(15일) 순으로 채용공고가 났다.

수출입은행 인사담당자는 "일부러 날짜를 맞췄다기 보다는 통상적으로 같은 날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정해진 것 같다"며 "수험생은 선택의 문제가 있지만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우리가 뽑은 인원이 다른 기관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영상의 착오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이와 비슷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 측은 "수년간 한국은행과 금감원 채용일정을 보고 맞춰왔다"며 "괜찮은 인재의 경우 중복해서 합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정했다"라고 솔직한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 A씨는 "이미 날짜가 이렇게 잡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놀라진 않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한 학기 농사를 하루에 다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쉽기는 하다"라고 전했다.

금융공기업 시험의 경우 경영·법·경제 직렬의 경우 모두 4년제 대학 전공수업 전 범위 시험을 치기 때문에 다른 날 시험을 보게 되면 중복 합격자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다.

다른 수험생 B씨는 "오히려 비슷한 과목을 시험보기 때문에 시험 날짜가 다르면 중복으로 합격하는 경우가 높아질 것"이라며 "자신의 소신껏, 잘 선택해서 시험을 보면 되기 때문에 차라리 이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공기업을 준비하는 C씨는 "일반 공기업의 경우 이렇게 필기시험 날짜가 한꺼번에 겹치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 금융공기업, 한국사 시험 도입은 아직

금융공기업들은 한국사 시험을 도입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사기업들은 한국사 문항을 실제 필기시험에서 내고 있는 추세다.

올해 처음 LG·SK그룹이 한국사 문항을 도입한 데 이어 삼성그룹도 인·적성 검사에서 상식 문항을 늘렸다. 현대차그룹은 역사를 주제로 한 에세이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공기업은 한국사 능력 자격증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곳도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뿐이었다.

수출입은행 측은 "한국사 시험을 도입할 생각도 한국사 자격증에 가점을 주는 것도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인사담당자는 "한국거래소는 스펙초월 전형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사를 비롯한 모든 자격증에 대해 전혀 가점을 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수험생들은 한국사를 취업 시험에서까지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는 상황이다.

요즘 일반적인 취업준비생이라면 한국사 자격증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취재를 한 A,B,C 수험생 모두 한국사 자격증 1급을 가지고 있었다.

C씨는 "토익, 토익스피킹, 한국사 능력 시험 등 공기업을 준비하기 위한 필수코스를 준비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실제 필?시험까지 한국사가 나온다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답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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