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다수 은행이용자들이 주거래은행 선택에서 대출금리 등 혜택을 따지기보다 회사의 월급통장이나 집에서의 거리 등 일상의 편안함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명 중 1명 꼴로 금리우대·환율우대 등 혜택이 더 주어져도 주거래은행을 바꿀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이유는 “귀찮아서”였다.
◇3명 중 1명 "혜택 더 주어져도 주거래은행 안 바꿔"
본지가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보름간 직장인 1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1.3%(50명)가 주거래 은행 선택 이유로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월급통장으로 권해서''를 꼽았다. 다음은 ''집에서 은행이 가까워서''(24.8%), ''지점·ATM기가 많아서''(9.9%), ''사람들이 많이 쓰는 은행이라서''(5.8%) 순으로 나타났다. ''환율우대·금리우대 등 혜택이 많아서''라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40.5%(49명)는 주거래은행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혜택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들이 혜택으로 꼽은 것은 수수료가 79.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교사 이승지씨(28)는 "여행을 자주 다녀 환전할 일이 많은데 특별히 환율 우대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받은 혜택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41.3%는 금리우대·환율우대 등 다른 혜택이 더 주어져도 주거래 은행을 바꿀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귀찮아서''가 73.8%(62명), ''주거래은행을 바꾸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서‘가 23.8%(20)로 나타났다.
직장인 김수민씨(26)는 "어차피 받는 혜택도 비슷한 것 같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뱅킹 등이 익숙해진 주거래은행을 굳이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거래의 익숙함이나 이용 편의성 때문에 고객들이 주거래은행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또 대출을 끼고 있는 고객의 경우 주거래은행을 바꾸게 되면 과거 받았던 금리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져 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20대의 경우는 실질적으로 은행 관련 혜택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라며 "금융 쪽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나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계좌이동제 가능한 홈페이지 ''페이인포''…20대에게는 ''글쎄''
금융위원회는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주거래은행을 교체할 수 있도록 계좌이동제를 실시했지만,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선지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의 금융사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거래하던 예금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별도의 신청 없이도 공과금, 통신비, 급여 등의 이체거래가 자동 이전되는 제도다. 지난해 7월부터 제도 정착을 위해 페이인포 홈페이지에서 자동납부 연결계좌의 조회·변경·해지가 가능해졌다.
은행연합회는 계좌이동제가 실시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각 은행의 SNS와 홈페이지, 점포내 LCD 디스플레이, 옥외전광판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계좌이동제를 홍보했다.
박준범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 과장은 "언론에 호의적으로 많이 보도가 됐고, 고객들 입장에서는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2단계가 시행된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올해 3월 10일까지 257만명이 본인의 자동이체 내역을 조회했다. 계좌변경은 203만건에 달한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페이인포''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7.8%(34명)에 달했다. 또 페이인포에서 온라인으로 쉽게 주거래 은행을 바꿀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응답자의 30.0%(27명)가 ‘주거래 은행 변경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최근 급여계좌를 개설하면서 주거래은행을 바꾼 회사원 이유진씨(28)는 "페이인포가 뭔지 잘 모른다"며 "은행에 가서 월급통장 하나만 개설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취업준비생 이현정씨(24)는 "계좌이동제에 대해 들어보긴 했는데 페이인포는 처음 들어본다"며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조남희 대표는 "계좌이동제가 금융소비자에게 금융혜택을 줄 수 있다는 측면을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런 쪽으로 홍보를 하면 특히 금융 관련 혜택을 활용하고 이용할 동기가 부족한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