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넘으면 전세대출 회수"…'투기와의 전쟁' 선포

文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 지역 확대
‘갭투자’ 막기 위한 전세대출 규제 강화…법인 종부세도 인상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앞으로 전세대출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대출이 회수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 구매 시 거래가와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인 종부세도 대폭 인상된다.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집값 안정과 갭투자 원천 차단을 위한 ‘6·17 대책’을 내놨다. ‘2·20대책’ 이후 4개월 만에 나온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초강력 부동산 규제 대책이다.

 

◆ 투기과열지구 17곳, 조정대상지역 25곳 추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17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 ▲대출 규제 강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법인 종부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는 기존 31곳에서 48곳, 조정대상지역은 44곳에서 69곳으로 늘었다. 투기과열지구로는 경기 수원과 군포, 안산 단원구, 인천 연수구, 대전 유성구 등이 추가됐고 조정대상지역으로는 경기 고양과 안성, 오산, 시흥, 대전, 청주 등이 새로 지정됐다.

 

◆ 전세 끼고 주택매입 ‘갭투자’, 어려워진다

 

앞으로 전세 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기존 기준 ‘9억원 초과’에서 강화된 조치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에 전세 대출이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주택자 대상 전세대출 보증 한도도 2억원으로 축소한다. 현재 보증 한도는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2000만원이다.

 

무주택자가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한다. 이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1주택자의 경우 규제지역 내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

 

또 모든 지역에서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주택매매·임대 사업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50%가 적용됐다.

 

◆ 조정대상지역 주택 구매시 자금조달계획서 의무제출

 

올해 9월부터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거래가와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3억원 이상인 주택을 거래할 때에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아울러 오는 9월부터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 거래시 거래가와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 기재 내용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거래의 경우에만 해당했는데 이번에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서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 2년 이상 거주 재건축 조합원만 분양권 받는다

 

올해 말부터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2년 이상 거주한 재건축 조합원만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년의 기산 시점은 현재 소유한 주택 소유 개시 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 때까지다. 연속 2년이 아니더라도 전체 거주 기간을 합해 2년을 채우면 된다. 국토부는 올해 1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뒤 최초 조합 설립인가 신청 사업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강화된다. 재건축 추진 첫 관문인 1차 안전진단의 기관 선정 및 관리 주체를 현행 관할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고, 2차 안전진단 의뢰 주체도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꾼다. 지자체가 선정한 안전진단 기관이 민원 등에 쉽게 노출돼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부실 안전진단 기관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안전진단 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하면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하고, 허위·부실 작성 적발 시 해당 기관의 입찰을 1년간 제한한다. 

 

◆ 투기수요 근절 목적, 법인 종부세 인상

 

내년 6월부터는 법인을 활용한 투기수요 근절을 위해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 최고세율인 3~4%가 적용된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6억원 공제도 폐지된다.

 

정부는 또 오는 18일부터 법인이 취득한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임대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법인이 보유한 8년 장기임대등록 주택(수도권 6억원, 비수도권 3억원 이하)은 종부세를 비과세했는데, 앞으로는 조정대상지역에 8년 장기 임대등록을 하는 주택은 종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부터는 법인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내는 법인세도 현행 10%에서 20%로 올린다.

 

◆개발사업 부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정부는 또 강남권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잠실 마이스(MICE) 개발사업,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부지와 그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이는 고가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주거지역에서 18㎡, 상업지역에선 20㎡ 넘는 토지를 살 때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투기로 인한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서민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연결된다”며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고,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다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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