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서 여성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은?

한국지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인테리어와 TCC 설계팀의 김소라 차장과 부평 랩 운영팀의 박민희 차장(왼쪽부터)이 회사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한준호 기자] 자동차 업계에도 이제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홍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분야까지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진 지 오래다. 

 

특히 한국지엠은 본사인 미국 지엠의 경영 방침에 따라 여성 직원에 대한 지원이 돋보이는 기업이다. 실제 한국지엠은 이들은 국내 업계 최초로 여성 엔지니어들의 역량 개발을 지원하는 SWE(여성 엔지니어 단체)에 자사 여성 엔지니어를 가입시켜 해당 분야의 여성 리더십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SWE는 1950년 미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사회단체로, 전 세계 62개국 4만2000명 이상의 여성 엔지니어들이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여성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및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SWE 활동을 주도하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350여명의 여성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직원 중 10%에 달하는 비율로 동종 업계에서 여성 직원 비율이 꽤 높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 직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한국지엠의 대표 여성 임직원 두 사람을 최근 캠핑 행사장에서 만나봤다. 올해 소형급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출시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트레일블레이저의 인테리어와 TCC(공조) 설계팀의 김소라 차장과 부평 랩(실험실) 운영팀 박민희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소라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인테리어와 TCC 설계팀 차장 한국지엠 제공

먼저 김소라 차장은 트레일블레이저 내부 디자인 설계를 담당했고 박민희 차장은 연료와 엔진오일 분석을 맡고 있다. 각자 대학에서는 화학공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여성으로서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게 여전히 소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민희 차장은 “처음 입사할 땐 몰랐지만 다른 회사보다 여직원들이 많고 회사 내에서도 여성의 리더쉽을 키워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김소라 차장 역시 “저 입사했을 때 여성 분들이 많았고 그때부터 여직원들이 더 활동적이어서 그런지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에서는 오히려 여성을 더욱 키워주고 있다. 김소라 차장은 “SWE도 지금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앞으로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예전부터 여성위원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여성 스스로 어떻게 어필하고 육아휴직 등 단절 후에도 어떻게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남성과 함께 하는 비즈니스 매너도 워크숍을 통해 교육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동차 제조공장에는 여전히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 박민희 차장은 “공장에는 가본 적 없지만 연구소 테스트 이런 걸 많이 해서 공장 직원분들이 오면 함께 일한다”고 했다. 김소라 차장은 “디자인 때문에 공장 가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조립도 해서 보여드렸다”면서 “공장 계신 분들이 남성분들이고 나이도 저보다 많으니까 더 열심히 했다. 나중에 ‘소라가 하는 데 우리가 해야지’ 이런 소리까지 나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두 사람이기에 각자 전문 지식을 직접 들어보기도 했다.

박민희 한국지엠 부평 랩 운영팀 차장 한국지엠 제공

김소라 차장은 직접 트레일블레이저 내부 공간을 디자인했다. 그리고 캠핑 등 차박에 관심이 많다. 실제 트레일블레이저에 얼마나 자기 생각을 담았는지 궁금했다. 김 차장은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저장공간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고 1열 컵홀더 옆에 저장공간을 따로 해놨는데 나중에 본사 최고 경영자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며 “무선 충전 역시 위치를 놓고 많이 고민했는데 그 위치를 적절한 곳에 둔 것에 많이들 만족해하신다”고 말했다. 

 

박민희 차장에게는 엔진과 엔진오일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물어봤다. 엔진오일 교환에 대해 박 차장은 “가급적 1년에 5000~1만㎞ 주행 시마다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게 좋다”고 모범 답안을 내놨다. 인상적인 것은 여전히 겨울에는 시동을 미리 걸어놓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박 차장은 “요즘 추운 겨울인데 시동이 잘 안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행 전 5분 정도는 시동을 걸어놓고 기다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tongil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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