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의 유통잡설> 새벽배송 보냉가방 수거 지연 논란

 최근 지인의 SNS피드에 ‘알비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알비백은 SSG닷컴(쓱닷컴)에서 새벽배송에 사용하는 보냉가방 이름이다.) 보냉가방을 반송 요청했지만, 제때 치워주지 않아 관리사무소에서 계속 경고장이 날아온다는 하소연이다. 

 

 알비백(I'll be bag)은 친환경 배송을 내세운 슥닷컴의 전략무기다. 알비백을 문앞에  두면 배송기사가 우렁각시처럼 물건을 채워놓고 간다. 무척 편리하지만 '문앞'이 공용공간인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에서는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소방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집안에 들여놓으면 될 일인데, 알비백은 1인 가구가 거주하는 협소한 공간에 들여놓기에는 사이즈가 큰 편이다. 알비백은 접어서 보관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하우스쉐어, 고시원 같은 공간에서 알비백을 이용한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쿠팡의 새벽배송용 보냉백인 ‘프레시백’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비자의 불만이 많다. 공용 복도에 회수가 지연된 4~5개의 프레시백이 방치된 모습을 담은 사진은 맘카페를 잠시만 검색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받은 가방을 돌려보내려면 계속 쿠팡에서 물건을 사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쿠팡은 기존 쿠친(쿠팡맨)으로는 폭주하는 물량 소화가 불가능해 프리랜서 개념의 쿠팡 플렉서를 투입해 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인 차량으로 움직이는 쿠팡 플렉서들은 배송 물품 개수만큼 돈을 받는데, 프레시백을 회수하며 받는 돈은 배송 단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새벽 배송 종사자의 수입은 시간 싸움인데 돈이 안 되니 우선순위에서 밀려 회수가 늦어지는 것이다. 

 

 식품 새벽 배송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탁물 수거/배송 서비스를 하는 런드리고 같은 O2O 업체들도 복도를 점유하는 문제로 민원이 불거져 나온다. 런드리고는 서비스를 위해 런드렛이라는 수거함을 제공한다. 작은 비키니 옷장처럼 생긴 이 수거함이 공용 공간에 장시간 방치되다 보니 복도식 아파트 등에서 분란이 자주 발생한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는 민원 처리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가 등장하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생긴다. 해당 업체들은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공동 주택의 공용 공간을 계속 공짜로 이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동주택 건축 설계에도 이런 문제가 반영돼야 한다.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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