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금융권에 ‘협업’ 바람이 거세다. 자사의 약점을 보완하고 타사의 장점 접목을 통해 판매 채널 확대를 꾀하는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출 증가세 흐름, 디지털금융 전환 등의 영향으로 시중은행과 빅테크 및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업권별 업무협약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금융 전환으로 권역별 벽이 무너지면서 독자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라며 “타업종과의 업무제휴를 통한 신사업 발굴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경쟁사라고 해도 업무협약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협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한 저축은행의 ‘연계대출’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OK·한국투자·페퍼저축은행 등 6개의 저축은행, 7개의 캐피털사와 제휴를 맺고 대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연계대출 규모만 1조5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 역시 이달 초부터 JT친애저축은행 등 3개의 저축은행, DGB· 하나캐피탈 등 2개 캐피탈사와 연계대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처럼 2금융권과 연계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중금리대출 확대에 있다. 금융당국은 올초 인터넷전문은행에 설립 취지에 맞도록 중금리대출을 확대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1금융권에 속하기 때문에 중신용자 수용에 한계가 있다. 이에 저축은행과의 연계대출을 통해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중은행과 핀테크도 플랫폼 협업에 나섰다.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각 금융사의 대출 금리와 한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상품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신용점수(등급)와 이에 적합한 대출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애초 핀테크와의 협력에 소극적이던 시중은행도 최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난해 2월 제휴 금융사가 4곳뿐이었지만, 현재는 36곳에 이른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최근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삼성카드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걸려 허가를 받지 못했다.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금융당국에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삼성카드는 기존에 영위하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이 “기존에 진행해 온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의 경우 업무협약을 통해 지속할 수 있도록 조치해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삼성카드는 이번 마이데이터 심사에서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웰컴저축은행과 손잡았다. 이 업무협약을 통해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협업, 빅데이터 협업 마케팅, 그리고 제휴 카드 출시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등의 디지털금융 전환이 활성화되면 업권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금융사 간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협약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070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