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부갈등에 윤석헌 원장 연임 '불투명'

금융감독원 노조가 채용비리 연루자 승진 결정으로 금감원의 명예와 독립성이 실추됐다며 윤석헌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의 인사문제 등 내부갈등이 고조되면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채용 비리 연루자의 승진을 이유로 윤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된 A팀장과 B수석조사역을 각각 부국장과 팀장으로 승진시켰다. 실제 A씨의 경우 지난 2014년 모 국회의원 아들에게 특혜를 줘 ‘견책’ 징계를, B씨는 2016년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의 합격을 도와 ‘정직’ 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노조는 채용비리 가담자에 대한 무리한 승진, 핵심부서 6년 연속 근무, 노골적 라인 만들기, 2~3년 주기 순환배치 원칙 무시 등 수많은 반칙이 ‘공정인사’로 포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윤 원장이 스스로 금감원의 독립성을 해쳤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8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역대 최악이라 평가받는 이번 인사가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며 “채용비리 여파로 상여금이 깎이고, 일부는 승급이 제한되는 등 금감원 전반이 고통을 분담하는 가운데 당사자가 승진자 명단에 올라 내부의 상실감이 크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윤 원장이 이번 인사 참사를 책임지는 방법은 사퇴뿐”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3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헌 원장에게 이틀 뒤까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 노조가 금감원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위원회와 정치권 등에서 사모펀드 사태 책임론이 나올 때마다 윤 원장을 지지했다. 

 

1년 만에 노조가 등을 돌린 것은 채용비리 연루자 승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와 갈등이 지속되면서 금감원 직원들이 퇴임 후 재취업 자리를 다른 금융사에 뺏기고 있는 것도 갈등요인 중 하나다. 지난 2014년에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등 5곳의 주요 금융권 협회 부회장 자리를 모두 금감원 출신 인사가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손보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전무직 두 자리로 줄어든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노조와 윤 원장의 내부갈등이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가 이번 인사 문제를 연달아 지적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만큼 갈등이 지속되면 윤 원장의 연임 가능성은 힘들 수도 있다. 다음 금감원장으로 관료출신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역대 금감원장 중 3년 임기를 다 채운 원장이 윤증현, 김종창 원장뿐인데다 연임한 원장도 없다는 점에서 금감원장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이번 인사를 지켜보는 눈빛은 따갑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금감원장의 연임이 없었던데다 최근 각종 사모펀드 관련 사태로 인해 금감원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노조 및 윤 원장의 행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hy@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