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외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관계성’

◆진짜 문제는 ‘정맥혈전’, 동맥혈전은 드물어

[정희원 기자] 1일부터 ‘전 국민 백신접종’이 본격화됐다. 우선 만 75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코로나19 백신(아스트라제네카)을 맞으면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다. 

 

이는 지난 7일 오스트리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하 AZ백신)을 맞은 사람이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게 시초다. 국내서도 최근 AZ백신을 접종받은 20대가 이같은 증상을 겪기도 했다. 단, 세계보건기구(WHO)·유럽의약품청(EMA)·국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접종위)는 모두 ‘백신과 혈전은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혈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1일, 김현규 압구정 이담외과 대표원장(외과 전문의)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이 AZ백신 접종과 혈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AZ백신과 관련, ‘혈전’이 이슈가 됐다. 혈전이란 무엇인가.

 

“소위 말하는 ‘피떡’이다. 신체 내부를 순환하는 혈액 일부가 혈관 속에서 굳어져 덩어리가 되는 데, 이것이 혈전이다. 혈전이 쌓여 혈관이 막히고 혈전증, 심뇌혈관 질환 등 중증질환을 일으키게 되는 식이다. 혈전은 다양한 원인과 요소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고령층에 흔하다. 

 

혈전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이는 상처가 나서 대량 출혈이 발생하는 상황을 막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혈관 속에서 형성됐을 때가 문제가 된다. 스스로 녹지 않아 항혈전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혈전증 발생 위치와 혈관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달리 나타난다고 들었다.

 

“그렇다. 크게 동맥에 나타나는 ‘동맥혈전증’과 정맥에서 발생하는 ‘정맥혈전증’으로 나뉜다. 단, 동맥혈전은 드문 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부정맥을 가진 사람들도 자신이 위험 대상자가 아닌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백신접종 후 혈전으로 사망한 사례의 문제는 ‘부정맥’이 아닌 ‘심부정맥혈전증’이다. 부정맥은 동맥혈전증으로 인해 나타난다. 대부분의 문제가 되는 부정맥 환자는 항혈전제 혹은 항혈소판제를 이미 복용하고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심부정맥 혈전증에서 문제가 더 커 보일수 밖에 없는것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소위 말하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떠올리면 쉽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팔다리 정맥에서 혈류가 정체되면서 혈전이 발생해 정맥이 막히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처음엔 다리가 붓고 저리다가, 악화될 경우 피부가 붉거나 파랗게 변한다. 심하면 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폐동맥색전증으로 악화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심부정맥혈전증으로 형성된 혈전 일부가 폐동맥으로 떨어져 혈관을 막는 것이다. 

 

이코노미석처럼 좁은 곳에서 기압이 낮은 상태로, 장거리 비행을 하다보면 혈전이 쌓이기 쉽다. 특히 와인까지 한두잔 곁들이면 혈전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같은 현상은 다리가 길고 키가 큰 사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에서보다 호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행기를 오래 타지 않아도, 평소 심부정맥혈전증에 노출될 수 있나.

 

“그렇다. 평소 와상생활을 하는 만성질환자, 기저질환자, 암환자, 40대 이상 남성, 임신부에서도 나타날 확률이 있다.

 

특히 심장에서 거리가 비교적 먼 하지의 정맥 순환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다리에 피가 쉽게 몰리기 때문이다. 감염, 암 등의 질환과 피임약 복용 등도 혈전증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혈전과 백신의 연관성이 없다고 하는데, 심부정맥혈전증 환자는 정말 문제가 없나.

 

“연구 결과 직접적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발표됐다. 다만, 혈전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어 신중할 필요는 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응고 장애를 가졌거나, 혹은 경증의 심부정맥혈전증 환자인지 모르는 사람들에서다. 인체는 자체적으로 혈전을 녹이는 기능도 있어서 증상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자신이 이를 겪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유전적으로 응고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족력 등을 통해 검사에 나서 미리 자신의 증상을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응고장애검사를 받을 일이 얼마나 있겠나. 이를 모르고 지내다가 AZ백신을 접종할 경우, 심부정맥혈전은 ‘리스크 팩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연구 결과 60세 이하 젊은 인구에서 혈전 발생률이 더 높다고 알려졌다. 특히 젊은 층은 기저질환이 장년층에 비해 적다보니 감별하거나, 초기 발생시 진단이 더 까다롭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백신 접종 전, 응고장애 검사를 받는 게 도움이 되나.

 

“가족 중에 응고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검사를 받는 게 추천된다. 암 등 중증환자라면 이와 관련된 검사를 미리 진행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현재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된 만큼, 혈전 발생확률이 높은 장년층은 한번쯤 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이후 앞서 언급한 고위험군도 검사를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까운 혈관외과를 찾으면 된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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