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광복을 이끈 영웅 중에는 이름이 기억되기보다 잊혀진 사람들이 더 많다. 특히, 군인이나 혁명가가 아닌 생업에 종사하며 독립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민식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위원장(잠실자생한방병원장)은 “한의사들이 독립운동에 나섰다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독립군이나 단체를 위해 치료하는 사람, 의식주를 해결하도록 도와줬던 사람 등 이름 없이 묵묵히 우리나라 해방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한의사도 그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한의사들의 활발한 독립운동 참여 사실을 알리는 데 애쓰고 있다. 선친인 신현표 선생과 작은할아버지인 신홍균 선생도 한의사로서 군의관·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한의사들은 독립운동을 이끈 ‘숨은 조력자’ 중 하나다.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한의학과 한의사들을 탄압했다. 1914년 한의사를 ‘의생(학생 격)’으로 격하시켰다. 또, 국가의료원인 광제원도 해체했다. 한의사들에게 면허를 다시 받게 하고 통제했다.
이처럼 대다수 한의사들은 일제의 박해로 제도권 밖으로 밀려 나갔다. 이들은 분을 참지 않고 독립운동에 나섰다. 강우규, 방주혁, 장용준 선생 등의 활동도 여기서 비롯됐다.
신 위원장은 “한의학은 민족의학이다보니, 독립군과 연결돼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며 “과거에는 다방이 많지 않다보니, 편하게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병원과 약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한약방은 군자금·군수품을 관리하고, 약을 짓는 척 하며 지령을 주고받는 등 교섭장소의 역할을 했다”며 “이렇다보니 일제는 한의사들을 탄압하고, 한의학이 비과학적이지 못한 학문이라고 멸시했다. 이같은 생각이 굳어져 현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립운동에 나선 한의사들은 군의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신민식 위원장은 “모든 군대에는 의사가 필요하다”며 “당시 서양의사가 많이 양성된 것은 아니었던 만큼, 한의사가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특히 한방약용식물과 한의학지식으로 무장한 한의사 군의관들은 산속에서 전투에 나서는 독립군에게 큰 힘이 됐다”며 “약초를 채취해 어혈을 풀고, 통증을 관리하며, 비상사태에서는 약초로 요기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신민식 위원장은 당시 한의사들의 독립운동을 재조명하고, 이들의 행적을 조사해 논문으로 저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을 근현대적 사료로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목표다. 논문게재 후 영문 번역도 계획 중이다.
신 위원장은 “일제는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요하려 한의학을 탄압했고, 이런 영향으로 한의사의 독립운동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잊혀진 선배들이 독립운동에 기여한 점을 다시 찾아가는 것은 한의사 독립운동가문 후손으로서의 의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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